경찰 출석한 ‘대장동 개발 핵심’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의 대주주로 각종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화천대유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에서 출자금의 1153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이날 “불법은 없었다”며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고운호 기자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공공의 탈을 쓴 투기 세력의 천문학적 이익 독점이 누구의 비호 아래 이뤄졌는가’이다.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은 이 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유력한 증거로 꼽히고 있다. 녹취록을 만든 회계사 정영학씨는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 중 한 명이자 개발 이익 644억원을 배분받은 천화동인 5호의 실소유주로 사건의 실체를 잘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에 제출된 녹취록은 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 일부만 전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의혹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1208억원)에 대해 “절반은 ‘그분’ 것이다. 너희도 알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는 보도가 9일 나왔다. 녹취록 내용을 전한 것이다. 그동안 녹취록 보도는 성남시 측에서 대장동 사업을 총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관련된 내용이 중심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이고 배당금 중 700억원을 받기로 김만배씨와 합의했다는 것이다. 민간업자에게 떼돈이 몰리도록 개발 사업을 설계해준 대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유씨는 김씨보다 네 살 아래이기 때문에 김씨가 언급한 ‘그분’은 유 전 본부장의 윗선일 가능성이 있다.

녹취록 내용은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드러낼 유력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내용을 부정하고 있다. 김만배씨는 입장문에서 “녹취록에 근거한 각종 의혹은 대부분 허위”라며 “정 회계사가 녹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허위 사실을 말했다”고 했다. 누군가 대화를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녹음을 막거나 불리한 말을 안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부러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그것도 거짓으로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검찰의 늑장 부실 수사 속에서 녹취록 내용이 단편적으로 흘러 나오면서 국민은 점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11일 김만배씨 소환 조사 후 검찰은 이런 혼선을 정리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