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풀밀트서비스 덕평물류센터가 전소된 모습. 지난 17일 새벽 5시 시작된 이번 화재 사고에서 쿠팡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진압 과정에서 소방대원 김동식 구조대장이 1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1. 6. 20 / 장련성 기자

경기도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경남 창원에서 유튜브TV 음식 방송을 찍어 논란을 일으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결국 사과했다. 이 지사는 “모든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당초 이 지사 측은 “화재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과 역시 본질을 비켜간 것이다. 국민이 분노한 것은 “모든 일정을 즉시 취소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당초 주장대로 모든 사고 현장에 행정 총책임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화재가 이어지고 소방구조대장이 실종된 와중에도 음식평론가와 시장을 돌아다니며 소위 ‘떡볶이 먹방(먹는 방송)’을 찍은 행위를 비판한 것이다. 이 지사는 그때 함께 방송한 사람을 경기관광공사 사장까지 시키려고 했다. 이 지사는 사과에서조차 물타기로 공사(公私)를 뒤섞어 본질을 흐리려 한다.

더 문제가 된 것은 그의 내로남불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건 직후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직무유기와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고발장에서 “박 대통령이 보고만 받고 있었다는 것으로도 직무유기죄가 해당될 수 있는데, 만약 당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고발 당일 페이스북에도 ‘전 국민이 그 아수라장 참혹한 장면을 지켜보며 애태우고 있을 때 구조책임자 대통령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습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런 그가 몇 년 후 관내 주민이 긴급재난문자를 받는 긴급 상황에서 유튜브 먹방을 찍었다. 세월호 사고 때 교육부 장관은 현장 방문을 마치고 컵라면을 먹은 사실 때문에 국회에서 지금 여당 사람들에게 호된 질타를 받았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일언반구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대통령 탄핵 직후 세월호 팽목항 방명록에 ‘미안하고 고맙다’고 썼다. 그러곤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에 가 법인카드를 쓴 사람을 KBS 사장에 앉혔다. 낚싯배 전복 사고가 일어나자 청와대가 단체 묵념을 올리는 쇼를 벌였지만 물류센터 화재로 38명이 숨지고 건물이 무너져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져도 책임도 지지 않고 사과도 없이 넘어간다. 이 정권 사람들의 세월호 내로남불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