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1.06.29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29일 기자회견에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法治),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그는 “4년 전 문재인 정권은 국민 기대와 여망으로 출범했지만, 내 편 네 편을 갈라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은 이권 카르텔로 권력을 사유화하고 집권을 연장해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면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무너뜨린 공정과 상식, 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자신을 발탁한 대통령의 국정을 정면 비판하며 검찰총장 출신이 대선에 출마하게 된 것 자체가 문 정권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할 때만 해도 이 정권은 “정의로운 검사”로 칭송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총장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를 겨누면서 관계는 돌연 적대적으로 바뀌었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정권 비리로 이어지자 정권은 본격적으로 ‘윤석열 찍어내기’에 나섰다. 수사팀을 해체하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위법적 감찰과 무리한 징계까지 밀어붙였다. 정권은 그의 출마를 배은망덕과 배신이라고 비난하지만, 정권이 그의 등을 떠민 것이나 다름없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거의 모두 문 정권이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대선 출마는 문 정부의 ‘반(反)민주, 반(反)법치’ 폭주가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문에서 지적한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 주도 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 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 등 이 정권의 병폐는 국민 대다수가 공감했을 것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내용들이다.

하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은 윤 전 총장이 정권의 폭거에 맞섰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지지를 보냈지만 나라의 장래를 맡길 적임자인지는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 윤 전 총장은 정치 경험도 국정 경험도 거의 없다. 앞으로 자신의 국정 비전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가 집권할 경우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과 상식을 다시 세울 만한 도덕성을 갖췄는지도 검증받아야 한다. 최근 X파일 논란이 대표적이다. 윤 전 총장도 “합당한 근거를 갖고 (의혹을) 제시하면 상세히 설명할 것이고 무제한 검증을 받겠다”고 했다. 검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온 그가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복잡한 이해가 충돌하는 국정을 다룰 식견이 있는지, 그에 합당한 도덕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시험이 이날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