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PHOTO-3049> 강연하는 최장집 명예교수 (제주=연합뉴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7일 제주연구원에서 열린 제주연구원 개원 24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진단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1.5.7 [제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jc@yna.co.kr/2021-05-07 14:38:07/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원로 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는 촛불 시위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촛불 시위로 인한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당 정부는 역사 청산, 적폐 청산 등 광범위하고 급진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촛불 시위를 혁명으로 규정했다”며 “이전 사회의 성과와 보수 세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오늘로 취임 4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는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 시위로 인해 떠밀리듯 출범했다. 그때 국민들이 촛불을 든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에 화가 났기 때문이지, 당시 야당을 지지해서가 아니었다. 문 정권은 대통령 탄핵에 따른 갑작스러운 힘의 진공 상태로 거저먹듯 권력의 주인이 됐을 뿐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촛불 혁명에 의해 국민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로 자리매김했다. 촛불을 정권 정당성의 근거로 삼고, 그것을 위세 삼아 국민을 가르치고 훈계하면서 그 위에 군림했다.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적 반대 세력 전체를 말살하려는 잔인한 탄압을 했다. 국정 운영 방식을 문제 삼는 견제와 비판을 “감히 촛불 혁명 세력에게”라며 깔아뭉갰다.

문 정권은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부정하면서 헌정 질서를 제멋대로 뜯어고쳤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반드시 여야 합의로 처리했던 선거 규칙을 제1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 처리했다. 권력 불법을 파헤치려는 검찰을 무력화하기 위해 위헌 소지가 다분한 공수처를 만들고 검찰 수사권을 뺏어 경찰에 넘기면서 나라의 사법 질서를 누더기로 만들었다. 전 정권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선정한 신공항 부지를 하루아침에 취소하고 아무 조사 검토 없이 10조원이 넘는 추가 부담이 드는 곳으로 변경했다.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는 정권의 폭주 중 국민 복리나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정권의 선거 승리와 집권 연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칭 민주화 세력이 벌이는 이런 권력의 폭주가 대한민국의 민주 제도를 수십 년 후퇴시키고 있다. 최 교수 같은 진보 진영 학자들이 하나둘 문 정권에 등을 돌리고 비판과 우려를 쏟아내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자기 나라 대통령에게 공격받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문 정권이 자신들을 국민이 혁명을 위임한 주체 세력으로 착각해서 벌어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