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재판을 1년 3개월간 뭉개온 김미리 판사가 3개월 휴직을 신청했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허가했다고 한다. 이 재판은 또 장기간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뿐 아니다. 김 판사는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등 정권 불법에 대한 다른 재판들도 맡아 왔다. 이 재판들도 김 판사의 휴직으로 지연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법원장과 판사 한 명이 인사와 휴직으로 정권 핵심 인물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재판을 줄줄이 가로막을 수 있는 나라가 됐다.
김 대법원장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김 판사도 우리법 출신이다. 법원은 정권 불법 관련 재판들을 김 판사에게 집중 배당했다. 김 판사는 재판마다 정권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했다. 조 전 장관 재판에선 ‘검찰 수사는 검찰 개혁을 시도한 조국에 대한 반격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했다. 판사 옷을 입은 정치인이다. 조국 동생이 교사 채용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데 그에게 돈을 전달한 브로커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청와대 선거 공작은 작년 1월 검찰이 기소했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대법원장이 인사 관행을 무시하며 김 판사를 같은 법원에 4년째 붙박이로 둔 이유다.
김 판사는 질병을 이유로 휴직 신청을 냈다고 한다. 판사가 재판을 하다가 건강을 해쳤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김 판사의 휴직 시점과 배경에 의문이 많다. 그의 휴직 이야기는 울산시장 선거 공작 재판부가 ‘부장판사 1명, 배석판사 2명’에서 ‘부장판사 3명’ 구조로 바뀌고 이를 통해 첫 공판 날짜가 정해진 뒤에 나왔다. 휴직 신청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결심 공판 예정일 하루 전에 했다고 한다. 결심 공판의 다음 단계는 판결 선고다. 정권 불법 관련 재판에서 유무죄 판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김 판사가 돌연 휴직한 것이다. 판사가 재판부 결원을 일으켜 재판을 막으려는 것 아닌가. 참으로 속 보이는 사법 농단이다. 이들이 벌이는 이런 무리한 일들은 청와대 선거 공작 등 정권 불법의 심각성을 역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