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3일 이른바 ‘사법 적폐 청산’ 1심 재판에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 등 2명에게 징역 10개월~1년 6개월과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사법 농단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 14명에 대한 재판에서 첫 유죄 판결이다. 이날까지 다른 판사 8명은 모두 무죄를 받았다.
사법 적폐 청산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2018년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정권의 사법 농단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하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수사를 지시한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 박찬주 전 대장 사건, 이재수 전 사령관 사건, 강원랜드 채용 비리, 클럽 버닝썬 사건 등에 이어 사법 적폐 사건도 줄줄이 무죄가 나오거나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권과 김 대법원장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이날 유죄를 선고한 윤종섭 판사는 2017년 김 대법원장과 면담하며 이 사건에 대해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사람이다. 재판을 하기도 전에 유죄 선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에게는 재판을 맡겨선 안 된다. 실제 관련 사건에서 편파적으로 재판을 진행한다는 이유로 기피 신청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법원장은 지난 2월 정기 인사에서 윤 판사를 같은 법원에 6년째 유임시켰다. 이런 붙박이 인사는 유례가 없다고 한다. 정권이 대대적으로 밀어붙인 사법 적폐 청산 사건에서 한 건이라도 유죄를 만들기 위해 믿을 만한 윤 판사를 유임시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그 목적을 달성했다.
진짜 사법 농단으로 불려야 될 일들은 현 정권에서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정권 불법에 대한 재판은 제대로 열리지도 않고 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검찰이 기소한 뒤 1년이 넘도록 법원이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이 사건 재판을 맡은 김미리 부장판사도 4년째 붙박이로 두고 있다. 판사가 재판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판사는 돈을 받은 조국 전 장관 동생에게 돈 전달자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 본인의 파렴치 범죄 재판도 김 판사가 맡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산하 기관장 사퇴 종용은) 관행이어서 고의나 위법이라는 인식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민주당 대변인 같은 설명을 내놓았다. 나중에 이 장관은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언젠가 김명수 법원에서 벌어진 일들의 진상이 모두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