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 신생아실.작년 한해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앞질러 인구절벽이 현실화됐다./조선일보DB

지난해 출생아는 27만5800명으로 1년 전보다 10.7% 감소한 반면 사망자는 3% 늘어난 30만7700명으로, 사망이 출생보다 3만여 명 많았다.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출생·사망자 수가 역전되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벌어졌다. 초유의 인구 감소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세계에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나라는 일본·스페인·그리스 등 33국 정도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빠르게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0.84명)은 세계 최악이다. 매 분기 수치를 발표할 때마다 세계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반면 인구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5년 20%, 2036년 30%, 2051년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 출범 초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 인구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며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청년들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며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심해지는 취업난, 늘어나는 육아·사교육 부담에다 집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어떻게 맘 편히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겠나.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저출산·고령화는 경제·사회적 역동성, 재정 역량을 쪼그라트리면서 나라 전체를 ‘수축 사회’로 만든다. 우리보다 9년 앞서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은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디플레이션이 벌어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침체기를 겪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금처럼 일본의 총인구가 매년 30만명 줄어들면 GDP가 앞으로 40년간 25% 이상 감소할 것이란 끔찍한 예측을 내놨다.

일본의 악몽은 이미 우리에게도 닥쳐온 현실이다. 경제 활력이 위축되고 성장 잠재력이 쪼그라들었으며 재정은 급속히 부실해지고 있다. 언젠가 치러야 할 천문학적 통일 비용까지 감안하면 국가의 흥망이 걸린 심각한 국면이 시작된 것이다.

인구 구성을 단기간에 바꿀 묘책은 없다. ‘수축 사회'의 늪에서 탈출하려면 각 부문의 잠재 역량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두는 ‘성장 지향'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친기업 규제 개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노동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각종 공적 연금 수술과 재정 개혁, 교육 개혁을 통해 청년 세대로 하여금 더 나은 세상이 되리란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문 정부의 국정 운영은 국력을 더욱 쪼그라트리는 ‘축소 지향'을 치닫고 있다. 일자리·부동산 같은 민생 대책은 파산 지경에 이르렀고, 노동·규제 개혁이나 연금 개혁, 공공 부문 혁신은 아예 국정 과제에서 제외됐다. 구조적 문제 해결 대신 세금 투입으로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세금 중독증에 빠져 재정을 급속히 부실화시키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 전략 없이는 인구 감소 시대가 초래할 국가 재앙의 악몽을 피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