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병원이 24일 신종 코로나 중환자를 치료할 특수(음압) 중환자실 개소식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3월 추경 편성 때 코로나 중증 환자용 음압 병상 신설 예산 375억원을 확보해놓고도 코로나가 급속 확산하던 11월 말에야 병원들에 돈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 국립대병원 10곳에 음압 병상 150개를 추가 확보할 예산이었다. 그런데 예산 집행이 8개월 늦어지면서 신설 공사에 들어간 곳이 아직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음압 병상 하나 만들려면 한두 달씩 걸릴 것이다. 그 사이 코로나는 몇 배 확산될 수 있다. 겨울에 코로나가 더 확산되리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방역 당국은 예산을 확보해놓고도 ‘K방역’ 자아도취에 빠져 8개월을 허송했다. 민간 병원들이 중환자용 병상 내놓기를 머뭇대는 것도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가 대구 코로나 유행 때 병원을 통째로 내놓은 대구동산병원에 아직도 비용 정산을 안 해주는 것을 보면서 어떤 병원이 선뜻 나서려 하겠는가.

백신도 마찬가지다. 백신이 완성되면 치열한 확보 전쟁이 벌어지리라는 걸 다 예측할 수 있었다. 우리가 허송세월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여러 종의 백신을, 인구의 몇 배 분량씩 계약을 맺었다. 어느 한 백신에 의존했다가 낭패 볼 수 있는 리스크까지 없앤 것이다.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 백신 맞는 것 구경하면서 백신 없이 이 혹독한 코로나 대유행을 견뎌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뭣이 급하고 뭣이 중요한지 일의 순서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방역 담당 공무원들은 지난달에야 감사원 등에 백신을 구매했다가 결과가 나쁠 경우 면책이 가능한가를 문의하는 등 백신 구매에 본격 달려들었다고 한다. 이 정부는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를 막무가내로 조작하고 증거를 없앤 공무원들에게 소신 행정 상패를 주면서 코로나 방역 공무원들에겐 백신 재량권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