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치른 수능시험에 초등생도 풀 수 있다는 한국사 문제가 출제됐다.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고르라’는 이 문제는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설을 지문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대결과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라는 내용이었다. 다섯 보기 중 답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다른 네 보기가 ‘당백전 발행’ ‘도병마사 설치’ ‘노비안검법 시행’ ‘대마도 정벌’ 같은 고려·조선시대 사건 네 가지였다. 마지막 보기 5번에 ‘남북 기본 합의서 채택’을 제시했다.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이 그 옛날에 있었다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나. 대입 시험인가, 장난인가.
이 문항엔 어이없게도 난도 높은 문제에 주는 3점이 배점돼 있었다. 여기엔 무언가 의도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노태우 정권에서 있었던 일을 지문으로 내놓았지만 사실상 현 정권의 대북 햇볕 정책 기조와 일치하는 내용이다. 논란을 교묘하게 피하며 정권 홍보를 하려 한 건가. 차마 믿고 싶지 않지만 문제가 너무 상식 밖이다. 이미 각급 학교 시험에서 이상한 교사들이 이런 식의 문제를 내 논란이 인 적도 있었다.
수능시험은 수험생들에게 있어 인생의 가장 큰 관문이다. 더구나 올해 수능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 더욱 긴장되고 초조한 분위기로 치러졌다. 수험생들은 문제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절박하게 읽는다. 그 상황을 이용해 수험생들에게 자신들 생각을 심으려 했다면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