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8일 서울 한 주민센터에서 주민들이 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위해 대기하고있다./이태경

정부와 여당이 3차 재난지원금 및 전 국민 코로나 백신 접종에 드는 돈 5조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추가 반영하기로 했다. 3조원은 기존 예산을 줄여 충당하고 나머지 2조원은 적자 국채를 찍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 예산안이 이미 556조원으로 사상 최대인데, 빚을 더 내서 558조원으로 증액하자는 것이다.

3차 재난지원금 아이디어는 국민의힘이 먼저 꺼냈다. 다만 내년 본예산 중 ‘한국판 뉴딜’ 예산을 삭감해 전체 예산 규모는 증액 없이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했다. 처음엔 부정적이던 정부·여당도 며칠 만에 수용으로 돌아서더니 이걸 핑계로 내년 예산을 2조원 더 늘리겠다고 한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벌써 여야가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선 재난지원금이 정치권의 선거용 카드가 돼버렸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여당은 ‘긴급 재난지원금’이라며 전 국민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주었다. 당시 야당은 그 두 배를 주자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전 국민’과 ‘무차별’이 기준이 돼버려 이제 어지간한 현금 지원으로는 불만만 터져 나온다. 내년 초 지급할 3차 재난지원금 대상을 2차보다 축소하고 자영업자에게 선별 지원하겠다고 하자 어떤 정당에선 “전 국민에게 30만원을, 모든 자영업자에게는 100만원을 지원하라”는 주장까지 편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46조원 늘린 556조원 초수퍼 예산으로 편성했다. ‘초’ ‘수퍼’ 다음엔 더 쓸 말도 없을 지경이다. 올해 본예산에 1, 2, 3차 추경까지 합친 금액(554조원)보다 많다. 이를 위해 나랏빚을 또 90조원 늘려야 한다. 문 정부 출범 때 660조원이었던 국가 부채가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엔 1070조원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 한 명이 무려 410조원의 빚을 늘리는 것이다.

코로나로 타격 입은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 지원도 필요하고, 전 국민 백신 접종도 꼭 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지출 필요성이 생겼으면 기존 지출을 줄이고 절약하는 게 국정 책임을 진 정부의 책무다. 여야 가릴 것 없는 포퓰리즘 경쟁에 선거가 올 때마다 나라 살림은 거덜이 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