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코리아소사이어티 기조연설에서 “종전 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며 “종전 선언을 위해 (한·미)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우리 공무원이 북에 총살당한 사실이 청와대에 보고된 직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종전 선언을 강조했다. 이후 북은 “미안” 한마디 던져놓고 우리 측 공동 조사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데도 문 대통령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종전 선언을 하자고 한다. ‘평화 쇼’ 집착도 이 정도면 중증이다.
종전 선언 비판에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평화를 얘기하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했는데 북핵이 그대로 있고, 한국 국민을 바이러스처럼 소각하는 북의 야만적 본성이 그대로 있는 한 ‘한반도 평화’는 거짓일 뿐이다. 지금 종전 선언을 한다고 북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문 대통령 스스로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북은 민족을 말살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고 김정은은 얼마 전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우리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담보될 것”이라고 했다. 이젠 ‘비핵화 의지’가 있는 척도 안 하고 대놓고 핵 야욕을 드러낸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 선언은 북에 주한미군 철수, 유엔사 해체, 제재 해제를 주장할 명분을 줄 뿐이다. 우리 정부는 ‘종전 선언으로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겠다’지만 제재가 풀리면 김정은이 핵을 왜 포기하겠는가.
지금 문 대통령 말고 종전 선언에 관심 있는 사람도 없다. 대선을 코앞에 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등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이고 북한도 미 대선 이후를 내다보며 문 대통령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지금 서둘러야 할 일은 종전 선언이 아니라 국민 피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아버지가 죽임을 당할 때 대통령 당신은 무엇을 했느냐’는 죽은 공무원 아들의 절규에 “나도 마음이 아프다,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하더니 이틀 후 다시 종전 선언을 꺼내들었다. 종전 선언 유엔 연설이 빛바랠까 봐 공무원 피살을 숨겼다는 의혹이 큰 마당에 또 종전 선언을 주장한다면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도저히 진심이라고 볼 수 없다.
실은 공무원 피살엔 별 관심도 없고 이 사건을 계기로 남북 대화 재개를 기대하는게 문 대통령의 속마음일 것이다. 그러니 종전 선언 유엔 연설 내용도 수정하지 않은 것이고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눈물에도 아랑곳 않고 김정은에게 구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