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결정하면서 '1조원 기부금'을 선전했지만, 실제 순수 기부금은 287억5000만원에 그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당시 민주당 이해찬(가운데) 대표와 김태년(오른쪽)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서약서를 들고 있다.

지난 5~8월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코로나 지원금 14조여원 중 국고로 기부된 금액은 1.9%인 2803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90%는 마감 날까지 신청하지 않아 기부로 간주된 돈이다. 이들 대부분은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사실상 강제 기부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지 않고 직접 기부 의사를 밝힌 자발적 기부금은 전체 지원금의 0.2%인 287억원에 불과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하위 50%’에서 ‘하위 70%’로, 다시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자발적 기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고소득자나 안정적 소득자 등 전체의 10~20% 국민이 지원금을 반납해 최대 2조원이 국고 환수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호 기부에 나서고, 세액공제 혜택까지 부여하면서 ‘제2의 금 모으기’ 캠페인까지 벌였는데 결과는 이렇다. 1조원 이상 회수될 기부금을 실업자 지원용 고용보험 재원으로 쓰겠다고 했지만 환상에 불과했다.

‘기부율 0.2%’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공짜 돈’은 돈이 많은 사람이냐 아니냐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유혹이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전 국민에게 현금 살포는 거대한 블랙홀과 같은 것이다. 국민이 한번 ‘공짜 현금 맛’을 알게 되면 돌이키지 못한다는 것은 남미와 남유럽의 실패 국가들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엊그제 국회에서 통과된 2차 재난지원금도 국민 46%가 ‘모든 사람에게 다 뿌려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이미 국민 사이에 ‘공짜 현금’ 기대 심리가 형성됐다. 여당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불요불급한 통신비 2만원 지원에 1조원 가까이 쓰겠다고 했다. 4000억원으로 깎자 이번엔 제외된 연령층에서 반발이 일었다.

지난 총선에서 여야 모두가 현금 살포의 위력을 실감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자발적 기부율이 0.2%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현금의 위력을 새삼 증명했다. 앞으로 정권은 선거에 불리할 경우 반드시 현금 살포 카드를 빼 들 것이다. 코로나와 같은 핑계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득표 경쟁을 하는 야당도 이를 견제할 수 없다. 나라가 구조적으로 포퓰리즘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나의 투자 손실을 다른 사람 세금으로 메꿔준다는 황당 펀드를 대통령이 내놓는다. 유력 대선 주자는 은행 대출을 안 갚아도 국민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기본 대출’ 구상까지 내놓았다. 야당도 ‘기본 소득’을 제1 정책으로 채택했다. 한때 재정 모범국으로 칭송받던 나라가 불과 몇 년 만에 재정 중독 국가로 가고 있다.

국민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한다. 복지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수혜자이자 납세자인 국민이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번 것 이상으로 쓰는 사람이 망하듯 그런 나라도 망할 수밖에 없다. 번 것 이상으로 써도 괜찮다는 정치인부터 가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