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민주당 의원(왼쪽)과 백원우 전 의원.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 시절 회계 부정을 저질렀고 자신을 백원우 의원실 인턴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월급을 받게 했다고 폭로한 김하니씨가 서울남부지검에 자수서를 제출했다. 김씨 자신도 공범이니 처벌받겠다고 한 것이다. 관련 고발이 접수된 지 석 달이 넘도록 검찰이 수사 착수조차 하지 않자 직접 나섰다.

김씨는 2011년 미래연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했다. 김씨가 공개한 자수서에 따르면 윤 의원은 당시 김씨 명의로 차명 계좌를 만들라고 지시했으며 직원들이 지자체 용역을 하고 받은 용역비 등의 수입을 수시로 입금시켰다고 한다. 당연히 미래연 법인 통장에 넣어야 할 돈을 차명 계좌에 넣어 숨긴 것이다. 윤 의원은 김씨에게 장부 조작을 지시하고 차명 계좌에서 ‘차입금’ 명목으로 2280만원을 빼갔다고 한다. 실제 차입금은 240만원에 불과한데도 그랬다는 것이다. 김씨는 당시 작성한 장부 내역과 통장 사본까지 검찰에 제출했다. 움직일 수 없는 불법 증거다.

미래연 차명 계좌에는 국민 세금까지 흘러들어 갔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국회의원이던 2011년 8~12월 김씨를 의원실 인턴 직원으로 허위 등록시켜 국회사무처에서 매달 109만원씩 월급을 받게 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지난 6월 불법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근거 없는 돈 거래나 사적으로 쓴 돈이 없다” “미래연과 백 의원실은 협력 관계였다”고 했다. 음해라고 한 것이다. 이제 의혹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들이 나왔다. 이래도 계속 부인하고 둘러댈 건가.

김씨는 자수서에서 “윤 의원 지시에 따라 불법을 다수 저질렀지만 어리석게도 자수할 생각을 못했다”며 “작년 조국 사태에 이르러 과거 범죄 사실을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조국의 파렴치 위선을 한사코 옹호하는 여권 행태를 보면서 처벌을 감수하더라도 윤 의원 등의 불법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용기있는 행동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동안 김씨는 물론 고발인 조사조차하지 않았다. 여권 실세들이라고 수사하지 않고 뭉갠 것이다. 그래놓고선 “다른 사건이 밀려서 수사를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고 한다. 무슨 다른 사건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는 것인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이며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특혜 의혹에 이르기까지 각종 권력 관련 수사를 검찰이 뭉개왔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일이다. 윤건영, 백원우 사건도 똑같은 이유로 못 본 척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김씨가 ‘나부터 처벌받겠다’고 나섰겠나. 검찰이 그래도 또 못 본 척 덮고 지나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