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국회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덕훈 기자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서모씨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방부가 일방적 감싸기에 나서며 군 기강과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부대에 서류가 보존이 안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규정에 맞으니 (서씨 휴가는) 문제없다”고 했다. ‘더 큰 부상을 입은 병사들은 왜 서씨와 달리 휴가 연장이 거부됐냐’는 질문에는 “지휘관이 세심하게 배려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서씨 휴가는 아무 문제가 없고 서류 미비나 다른 병사들이 차별을 받은 것은 자기 부하들 탓이라는 것이다. 정 장관은 군 규정대로라면 서씨가 나흘 동안만 병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가 “잘못 말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억지로 꿰맞추려다 보니 말이 꼬이고 오락가락했을 것이다. ‘카톡으로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여당 주장에 일선 군인들이 ‘어떤 미친 지휘관이 그걸 받아주냐’고 황당해하는데 정 장관은 여당에 동조하기도 했다. 군인으로 최고 자리에 오른 사람이 마지막 자리에서 평생 몸담은 군을 진창으로 밀어넣었다.

서욱 신임 국방장관 후보자도 “군에서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들이 보였다” “행정적인 문제도 있었다”며 모든 책임을 군으로 돌렸다. 서씨 특혜 여부와 관련해서도 “지휘관의 판단 영역으로 여기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장관 한 명 살리려고 군이 스스로 망가지는 길을 택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50만 장병들이 이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나.

국방부는 지난주 갑작스럽게 ‘휴가는 말로 허가할 수 있고 서류는 나중에 제출할 수 있으며 휴가 연장은 전화로도 가능하다’는 내용의 자료를 언론에 뿌렸는데, 알고 보니 전날 민주당 의원들과 회의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추 장관 부부가 불법 청탁한 혐의를 확인할 핵심 단서인 민원실 전화 녹취 파일이 폐기된 것처럼 얘기해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무엇을 은폐하려 했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후 보루인 군이 본분을 잊고 정권 보위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국방부가 추미애 지키는 ‘추방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추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고 있는 사람이다. 결국은 ‘문재인 지키기’다. 국방부를 문방부, 추방부로 만든 사람들은 잠시 영전하고 다음 자리를 보장받겠지만 이들이 군의 명예에 남긴 상처는 오랫동안 지우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