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발사된 미국의 유인(有人)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는 우주 공간으로 가장 멀리 날아간 인류, 처음으로 달 뒷면을 직접 본 인류라는 새로운 기록을 쓰고 지구로 귀환 중이다. 아폴로 17호가 달을 떠난 1972년 이후 54년 만에 인류가 다시 달을 향해 간 역사적 사건이다. 열흘간 지구 27~28바퀴에 해당하는 110만㎞를 비행하는 이번 임무는 2028년 유인 달 착륙으로 이어진다.
전 세계가 달을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190조원 규모의 ‘루나노믹스(Lunanomics)’ 시장으로 보고 달 영토에 깃발 꽂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도 일찌감치 우주판 골드러시에 뛰어들었다. 2003년 창어 계획 시작 후 20년 만에 달 뒷면 착륙과 샘플 채취라는 미국도 못해 낸 성과를 거뒀다. 올 하반기 달 남극에서 물·얼음 흔적을 찾기 위한 창어 7호, 2028년 연구 기지 건설의 실전 테스트를 위한 창어 8호가 뒤따른다. 2030년 유인 달 착륙, 2035년 연구 기지(ILRS) 건설 계획이 착착 진행 중이다. 일관된 정책과 예산 집행이 가능한 정치 체제의 특성은 우주 경쟁에서 중국의 핵심 경쟁력이다.
인도는 2023년 8월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로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했다. 2025년 초에는 미국·러시아·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인공위성 우주 도킹에 성공했다. 일본은 2024년 세계 다섯 번째로 소형 착륙선으로 달 착륙에 성공하면서 세계 최초로 핀 포인트(100m 오차 이내) 정밀 착륙이라는 기술적 성과를 거뒀다.
민간 기업도 달 경제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무인 달 착륙선은 2024년 민간 최초로 달 착륙에 부분 성공하면서 상업적 달 배송 시대를 열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초대형 재활용 로켓 스타십은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낮추는 혁명을 준비 중이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도 재사용 로켓 시험 발사에 성공하고 달 남극을 겨냥한 화물 착륙선을 개발 중이다.
우리 현실은 이들을 추격하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기술 차이가 벌어진 상태다. 2022년 달 궤도선 다누리 발사에 성공하며 세계 7대 우주 강국이 됐다고 자랑했지만, 로켓을 빌려 쓰는 속 빈 강정이다. 계획대로면 2032년 무인 달 착륙선을 띄운다. 우주 선진국이 달 자원 선점을 끝낼 시점에 첫발을 떼는 셈이다. 10년간 약 5300억원을 투입하는 달 착륙선 사업은 미국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매년 수십조 원을 쓰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기술이나 예산 문제만은 아니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고무줄 정책이 더 문제다. 달 착륙선 스케줄은 20년간 수차례 바뀌었다. 맨 처음 노무현 정부 때 2025년 달 착륙이 목표였다. 박근혜 정부가 2020년으로 5년을 당기더니 문재인 정부는 2030년으로 다시 늦췄다. 윤석열 정부는 다시 2년을 늦췄다. 그러면서 광복 100년이 되는 2045년에 화성 탐사선을 보내겠다고 했다. 유인 달 탐사는 계획도 잡지 못했다.
과학적 데이터나 기술 성숙도는 뒷전이고 대선 공약이나 국정 과제 성과를 위해 일정 구호만 남발해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탐사 시점이 오락가락하면서 연구 현장에는 혼란을 가져왔고 정책 불신만 심었다. 중국은 2003년 정해 놓은 스케줄을 20년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출발은 늦었지만, 중국이 미국에 앞서 유인 달 탐사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달 영토는 먼저 차지하는 게 임자다. 달 남극 착륙 후보지는 한정되어 있다. 이제 달 탐사는 과학 실험이 아니라 미래 생존 문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