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의도적으로 모욕감을 준다. ‘안 좋은 선택’을 유도하는 것 같다. 아무리 지위가 낮은 사람도 이렇게 내몰리면 ‘안 좋은 선택’을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최근 서울구치소에서 변호사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같은 날, 다른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김건희 여사도 “내가 죽으면 남편을 살릴 수 있을까”라는 말을 남겼다. 몸은 갇혀 있고, 의혹은 드러나고, 부하들은 하나둘 입을 열고 있으니 그런 심정이겠다 싶다. 하지만 죽음까지 운운하니 섬뜩하고 거북하다.
특검의 ‘망신 주기’ 수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세 특검(내란, 김건희, 순직 해병)에 수사 인력만 600여 명이다. 이 특검, 저 특검이 돌아가며 소환하고 쉴 새 없이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수사 범위는 3년 남짓한 대통령 임기만이 아니다. 결혼 전 배우자의 행적도 뒤지고, 처남의 처가까지 압수 수색한다. 가깝게 지낸 지인들도 여차하면 불려간다.
변호사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해 보지만, 오히려 변호사들까지 수사 방해 혐의를 받는다. 강제로 조사실에 앉히려고 구치소에서 속옷만 입고 저항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고, 언론에 알린다. 10여 명이 달려들어 의자에 앉은 채로 끌어내려다가 다치는 일도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몰아치는 중이다.
검사 시절 윤석열의 수사 방식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2017년 말,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은 특수활동비 상납과 댓글 공작 수사 방해 수사로 국가정보원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국정원 직원과 파견 검사들을 줄줄이 조사하고 구속했다. 그 과정에서 수사받던 현직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줬다. 그는 생전 “윤석열이 이럴 줄은 몰랐다”며 억울해했다고 한다. 전직 국정원 간부는 “분명히 협의해서 압수 수색해 놓고, 4년 뒤 그 현장을 ‘범죄 현장’으로 바꿔버렸다”고 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국정원은 원장실은 물론 내부 사무실 수십 곳에 이름표가 하나도 없다. 보안 시설인 만큼 1110, 1210, 1310 식으로 숫자만 적혀 있어 바로 옆 사무실에서 어떤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구조다. 그래서 검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았어도, 국정원 협조 없이는 현실적으로 압수 수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13년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팀장이던 검사 윤석열은 “너희가 안내하는 사무실에 가서 너희가 준비한 자료만 압수하는 것으로 하자”고 협의했고, 국정원 측 협의 당사자가 법률 자문관으로 파견됐다가 숨진 그 검사였다고 한다.
4년 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지휘관이 된 윤석열은 “국정원이 검찰의 압수 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어 가짜 서류를 갖다 놨다”며 수사 방해 혐의를 걸었다. 국정원 직원에게 위로 전화를 한 일을 ‘수사 방해를 위한 회유’로 몰아갔고, 초등학생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집도 압수 수색했다. 훗날 이 사건 관련자는 모두 수사 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처벌받았지만, 하나같이 억울해했다. 법정에서 “아마 죽을 때까지 제 죄를 인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도 있었다.
피의자도, 국민도 수긍하기 어려운 보여주기식 ‘정치 수사’의 악순환이자 한계다. 윤 전 대통령은 경찰·검찰·공수처에 이어 특검까지 들이닥친 수사에 대부분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였지만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을 믿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지지자 상당수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극단적 옥중 메시지로 감정에 호소하지 말고, 법조인·정치인답게 법 절차를 존중하며 수사에 임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피의자 윤석열이 검사 윤석열을 만나듯 당당하게. 그것이 국민을 위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