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공공성 논란이 뜨겁다. 과도한 성과급을 챙기며 단축 영업을 고집하는 은행 노조 행태에 정부·정치권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달 초에는 경영 위기를 맞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장관급)이 이사회를 거쳐 낙점됐다.

은행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며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은행에 '횡재세' 도입이 주목되고 있는 21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ATM기 모습.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정유사에 이어 은행에 대해 횡재세 입법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은 은행의 사회적 역할 강화는 압박하면서도 횡재세 도입엔 선을 긋고 있어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2023.02.21. /뉴시스

정부 개입은 은행이 자초한 면이 크다. 한 국책 연구원장은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를 믿고 은행이 방만해졌다. 은행 퇴출이 지금보다 더 쉬워져야 한다”고까지 쓴소리했다.

은행은 정부의 인허가를 통해 과점 체제를 보장 받는다.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5000만원까지 보장해주는 예금을 받아서, 그 돈을 다시 대출해 수익을 낸다.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 세금이 투입돼 부도를 막아준다.

하지만 정부 보호 아래 금융지주에서 회장은 3~4연임하며 10년 넘게 왕국을 건설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임을 위해 어느 회장이 정치인·노조와 가깝게 지낸다’는 소문이 돌았다. 전 정부 시절 한 은행에서 전직 직원이 청와대 실세의 친형으로 알려지자, 시골집 문지방이 닳도록 인사 청탁이 쇄도했다는 말도 들렸다.

창구 직원들은 제대로 이해도 못 하는 고위험 파생 상품을 고객들에게 마구 팔았다가 손실을 끼쳤다. 사기성 투자로 문제된 사모펀드도 걸러내지 못한 채 은행이 거액을 투자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국민은 정부의 은행 개혁에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최근 상승 중이다. 주인인 국민·고객으로서는 ‘관료 고양이(관묘)’든 ‘민간 고양이(민묘)’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만 필요할 뿐이다. 여기서 쥐는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불려주고, 산업의 적재적소에 자금을 융통시키며, 현재 주가가 청산 후 가치의 절반에 머무는 은행 몸값을 경쟁·혁신으로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입장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정부가 시장에 과도한 개입을 해 오히려 비효율을 키운다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가 투자자·기업 등 수많은 참여자들에 의해 돌아가는 시장 질서에 반복적으로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시선이 늘었다.

한국 금리는 1990년대 결정 주체가 정부에서 시장으로 바뀌며 자유화됐다. 그런데 작년 정부는 서민을 위한다며 예금 금리를 올리라고 한 지 반 년도 지나지 않아 자금이 은행에 쏠린다며 예금 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그 결과 기준금리보다 예금 금리가 더 낮은 상황이 발생했다. 예금에 기댄 노후 생활자 몫은 강제로 줄었다.

최근 잠잠했던 미국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다음 달 단행될 가능성이 거론되자 글로벌 금리는 다시 인상 압박에 놓였다. 정부가 언제까지 금리를 누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국이 민간 은행에 배당 자제를 압박하며 주주 몫도 깎였다. 은행 공공성 논란이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외국인은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에서 1300억원을 빼 갔고, 주가는 평균 12%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에 외국인이 1조1000억원 들어온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은행 수익성(총자산이익률·ROA)이 미국 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은 떨어진다. 정부는 은행의 완전 경쟁과 해외 진출도 요구했지만 공공성 강조에 파묻혀 공허하게 들린다. 이자 장사 대신 수수료 등 비이자 수입도 강조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수수료 수입이 과하다는 지적은 정부·정치권에서 툭 하면 나왔다.

개혁으로 비효율을 걷어내야만 성장 동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개혁의 부작용에 대한 세심한 고려도 동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