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최안 대우조선 하청지회 부지부장이 지난 7월 19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도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90% 수준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간격이 급속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에 차이가 생기기도 했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대기업 정규직 위주로 노조가 들어서 목소리를 키운 결과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기업이 노동집약적 공정을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으로 외주화하면서 임금 격차 확대에 속도가 붙었다. 이후 대기업 근로자들은 강성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을 끌어올린 반면 수익성이 악화된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급여 조건이 갈수록 나빠졌다. 대기업 노조가 주축이 된 노동계에 친화적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차이는 더 벌어졌다. 올 초 기준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300인 미만 기업의 2.4배다.

윤석열 정부는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노동 개혁의 핵심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꼽고 있다.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고용안정성이 극단적 차이가 나는 현재 구조를 그대로 두면 노사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등 올해 벌어진 상당수 노사 갈등이 이중구조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이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이중구조 완화는 주요 국정 과제다.

하지만 이중구조가 가장 심각한 업종인 조선업종을 대상으로 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은 여러모로 허점이 많았다. 정부 대책은 조선업 원청과 하청이 협의체를 만들어 이익 공유 방안을 찾도록 논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업계 자율로 해결이 가능했다면 상황이 지금처럼 악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원청 업체는 불황 때 손실을 하청에 전가했고 이는 불균형을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중구조는 노동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거래 관계의 공정성 회복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납품 단가 깎기 등 불공정 거래 질서를 바로잡아야 실효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익 공유’도 생각해볼 문제다. 올 상반기에도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한 조선업계가 언제 이익이 날지도 모르지만, 이익이 생겨도 배분 기준을 둘러싸고 원·하청이 갈등을 빚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과 관련해 언급조차 않았다는 점이다. 이중구조 개선은 대기업이 파이를 중소기업과 더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려면 대기업 노조도 기득권을 일부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 노조들에 그럴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3사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내건 조건 중에는 기본급 인상 외에도 치과 보철 치료비를 연간 100만원 지원해달라는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이중구조 완화는 노동시장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과 연결돼 있다.

현재 노동시스템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를 더 두껍게 보호하고 있다. 정규직은 내보내기 힘든 데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는 연공급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 아직도 많다. 대기업들은 이 같은 노동시장 경직성을 피하기 위해 하청 활용을 늘렸고, 가뜩이나 열악한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은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문제여서 전임 정부들이 쉽사리 손을 못 댔다. 현 정부에도 난제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중구조 완화, 더 나아가 노동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