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짓는 비용은 철근·시멘트 같은 자재비와 내장재, 인건비 등을 포함해 통상 1평(3.3㎡)에 600만~700만원 정도다. 프리미엄 아파트라며 고급 마감재를 쓴다고 해도 평당 건축비가 1000만원이 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30평 아파트 짓는데 3억원이 채 안 든다는 뜻이다. 뻔한 얘기지만, 아파트가 비싼 이유는 땅값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값의 약 70%는 땅값이라고 보면 된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통하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정부가 정한 땅값(공시지가)만 평당 9000만원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2년 9개월 만에 하락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0.02%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 2019년 6월 -0.07% 변동률을 보인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시세표가 붙어있다. 2022.04.20. /뉴시스

땅값 때문에 집이 비싸니 ‘땅은 빼고 건물만 사면 안 되나’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흔히 ‘반값 아파트’라 불리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기본 개념이다. 공공(公共)이 소유한 땅에 아파트를 지어 건물만 싸게 분양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중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역세권 첫 집’이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무섭게 오른 집값에 절망한 젊은 세대가 저렴하게 내 집을 장만할 수 있게 돕겠다는 취지다.

새 정부의 반값 아파트 공급 계획이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시범 사업으로 도입했고, 이명박 정부는 특별법까지 만들어 서울 강남에서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분양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급 대책으로 소개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약에도 토지임대부 주택이 있었다. 최근엔 서울시가 가장 적극적이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강남에선 5억원, 비강남권은 3억원 정도에 25평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서울 평균 아파트 값이 12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반의 반 값’ 아파트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묘책’처럼 보이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왜 여태껏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을까. 반값이라는 수식어 뒤에 숨은 여러 제약 때문이다. 우선 땅값이 완전히 공짜가 아니다. 내 집에 살긴 하는데, 땅 주인인 공공기관에 토지 임차료를 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공급한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매달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내는 돈이 40만원 정도였다. 집을 파는 것도 문제다. 현행법상 LH 같은 공공기관에 되팔아야 하고, 집값이 올라도 시세차익을 온전히 챙길 수 없다. “말로만 분양 아파트지 사실상 임대주택”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반값 아파트를 지을 국공유지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고, 맨 처음 분양받은 사람만 ‘로또 당첨’처럼 이득을 본다는 지적도 있다. 아파트가 낡아도 주민 뜻대로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렵다. 입주한 지 50년이 넘었지만, 땅 주인인 서울시와의 분쟁으로 재건축을 못 하고 있는 용산구 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가 이런 경우다.

집을 사는 게 단순한 주거 공간 확보가 아닌 ‘재테크’를 배제할 수 없는 국내 여건상 ‘온전한 내 집’이 아니라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약점은 치명적이다. 정부가 아무리 저렴한 분양가를 강조해도 시장에선 ‘반쪽 아파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가 경기도 군포에 공급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10%도 분양이 안 돼 결국 무산됐다.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며 서울 강남권에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밀어붙인 이명박 정부도 토지임대부 방식으로는 고작 780가구를 분양했다.

윤 당선인은 청년층에 토지임대부 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시장 수요에 맞는 주택 공급’ 원칙에 따라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