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수락연설문은 4215자로 이뤄졌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 인용을 시작으로 1153개 단어가 쓰였다. 여기에 ‘자유’란 말은 딱 한 번 나온다. “국민이 더 안전하고, 모두가 더 평등하고, 더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란 대목이다. ‘평등’은 4회, ‘공정’은 10회 등장한다.
그랬던 이 후보가 요즘 자유를 입에 달고 산다. ‘음식점허가총량제’를 언급하며 “자살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듯 망할 자유도 자유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 자유라고 정해놓고 마치 불나방이 촛불을 향해 모여드는 건 좋은데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 촛불에 타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이 불나방이냐’ ‘식당도 맘대로 못 여냐’는 지적이 쏟아지자 그는 “국민적 논쟁으로 만들어줘서 고맙다. 이번 기회에 자유와 방임의 경계는 어디인가 생각해보자”고 했다.
국민은 창업의 자유를 원하지 망할 권리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이 후보 논리대로면 선거 출마가 다 자유라고, 떨어질 걸 뻔히 알면서 출마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도 성남시장,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경험이 있다. 지난 대선은 경선에서 떨어졌다. 자주 떨어진다고 입후보 자유를 제한하면 되겠는가. 자유는 총량제가 아니다.
사실 이 후보는 ‘표현의 자유’를 이용해 부활했다. 그는 2018년 경기지사 후보 TV 토론에서 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다”고 답해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이 후보 발언이 사실과 일부 다르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선거의 공정을 위해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들 모두에 대해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당시 유죄가 확정됐다면 이 후보는 대선 출마 자격 상실이었다.
이 후보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받아 살아났지만 이후 다른 사람에게 같은 자유를 보장하는 데에는 인색했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전단을 날리는 탈북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미국에서도 나오자, 그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분단국가를 사는 국민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문제”라고 했다. 온라인 사이트에 부적절한 글을 올린 경기도 7급 공무원 후보자의 임용을 취소할 때는 “표현의 자유도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켜 국제사회는 물론 청와대도 반대한 언론에 대한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찬성했다. “5배도 약하다”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징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대장동 의혹 보도가 허위라며 무차별 송사를 진행 중이다. 선거기사심의위원회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를 통한 이의 신청이 헤아릴 수 없다. 본지에 낸 것만 30건이 넘는다. 물론 허위 보도가 있다면 언론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이 후보가 정말로 진실을 밝히고 싶다면 국민 절반 이상이 바라는 특검에 찬성하면 된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공정’을 기치로 걸었다. 자유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공정한 세상이다. 어떤 이가 다른 이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면 공정한 나라가 아니다. 특히 권력자가 자신의 자유는 극대화하면서 다른 이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독재다. 불나방도 제 목숨 제가 건사할 자유를 원한다. 참고로 우리 헌법에는 자유가 22회, 평등이 4회 등장한다. 공정은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한 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