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말로 코인 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한 다음 날인 금요일 밤 코인질을 시작해 봤다. 잘못된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서다.

절차가 생각보다 간단했다. 비대면 통장 개설할 때처럼 주민등록증 찍어 전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었다. 요즘은 펀드 하나 가입하려 해도 자신의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지 공격적인지 시험 보듯 따져야 해 1시간 정도 걸린다지만, 그런 성향 분석 따윈 하지 않아도 됐다. 주식 할 때 거쳐야 하는 고객확인 절차 없이 간단한 휴대폰 인증만으로 끝났다. 코인거래소 정보를 은행 통장에 연결해 코인 살 준비를 마치는 데 10분도 안 걸렸다. 거래소는 가입 축하금으로 5000원을 계좌에 쏴 줬다. ‘잘못된 길’인데 이렇게 편하게 들어서도 되나 싶었다.

코인 5종류로 포트폴리오를 짜 보기로 했다. 오를 만한 코인을 찍어 준다는 리딩방은 참고하지 않았다. “코인은 어차피 초등학생 홀짝게임”이라는 코인 유경험자 후배 말을 더 믿기로 했다.

코인판도 대마불사려니 심정으로 우선 가장 세력이 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조금씩 샀다. 만들어진 지 오래돼 생명력이 있다는 라이트코인을 담았고, 시가총액 3위라는 리플도 싼 맛에 바구니에 넣었다. 나머지 신생 코인을 하나 고르는 게 어려웠다. 통상 코인은 만들 때 백서(白書)를 발행한다. 코인의 기술적 배경, 용도, 발행량 등을 설명한 일종의 설명서 격이다. 찾아본 신생 코인들의 백서는 암호문이었다. 난무하는 기술 용어에 머리가 아팠다. 보험약관이 아무리 복잡해도 이것보다는 낫겠지 싶었다. 결국 스시스왑이라는 코인을 택했다. 코인에 음식 이름을 붙인 신선함을 높이 샀다.

금융위원장 경고 후 10% 넘게 안팎 급락했던 코인 가격은 주말 내내 우상향했다. 코인 대화방에는 “주말엔 공무원들도 입을 쉴 테니 ‘불장(상승장)’”이라는 말이 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5종류의 코인이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다. 적은 돈이지만 기분이 들떴다. 틈날 때마다 자산변동액을 들여다보게 됐다. 24시간 돌아가는 시장이라 만약 영혼까지 갈아넣은 돈으로 코인판에 들어 왔다면 잠을 잘 못 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코인판에 진입한 지 엿새만의 수익률이 20%, 찍다시피 해서 산 스시스왑은 28% 올랐다. 지금은 코인을 끊은 후배는 작년에 26% 손실을 봤다는데, 운이 좋았다. 치밀한 전략이 중요하지 않은 시장이란 건 분명하다. 코인 대화방에는 수익률을 과시하는 게시물과 “묻고 더블로 가즈아”라는 구호가 속출했다. 돈을 더 넣어볼까 생각을 잠시 하다 참았다.

<YONHAP PHOTO-3539> 비트코인 6400만원대 거래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9일 오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6400만원대 중반에서 거래 중이다.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2021.4.29 saba@yna.co.kr/2021-04-29 13:46:53/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가상 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는 금융위원장의 말에 동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걸 마냥 윽박지른다고 어른은 아니다. 젊은이들의 돈은 쉽게 코인판으로 향하는데, 정부는 경고음만 날리고 있다. 주무 부처도 없다. 시장을 진흥할 계획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규제할 계획이면 금융위원회 등이 나서야 하지만 방향성도 못 정하고 있다. 관료들은 “혹시나 거품 터지면 주무 부처가 ‘독박’ 쓰기 때문”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강물 위에 떠 있는 시체를 상대 경찰서 구역에 떠미는 일본 경찰영화 한 장면 같다.

이참에 고위 공직자들이 한 번씩 코인을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공직자 코인 거래가 전면 금지되어 있진 않지만, 직급 높은 공직자일수록 진급 심사 때 “자네, 혹시 코인 같은 것 사 본 적 있나”라는 질문을 받을까 걱정돼 코인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왜들 코인에 몰입하는지, 잘못된 길이라면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 해 보지 않고선 알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