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챗GPT 등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일상화하면서 AI 업계의 관심은 피지컬 AI로 향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AI가 탑재된 로봇이나 기기가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기술이다. 피지컬 AI의 종착점은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지만, 피지컬 AI 시대 개막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분야는 로보택시(자율 주행 택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전석이 비어 있는 자율 주행 택시를 이용해 보면 선뜻 와닿지 않던 피지컬 AI라는 개념이 단번에 손에 잡힐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 곳곳에서 로보택시가 도로를 누비며 승객을 태우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로보택시 상용화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다. 택시 업계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자율주행 기관·기업들과 택시 면허 기반 자율 주행 전환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택시 업계의 요구 사항은 명확하다”며 “택시 면허를 사든, 면허를 빌려 가든 한국에서 자율 주행 택시 사업을 하려면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는 이 청구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혁신 서비스를 도입하려다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5년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는 택시 업계 반대로 한국 상륙에 실패했고, 2016년 카카오가 도입하려고 한 카풀 역시 시범 서비스를 시도하다 한 달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타다의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는 택시 업계의 눈치를 본 정치권이 2020년 ‘타다 금지법’까지 만들어 없앴다.
지난 10여 년간 택시 업계는 혁신 서비스와의 대결에서 전승을 거뒀다. 택시 업계는 로보택시에도 쉽게 길을 열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24년 9월부터 심야 시간대 강남구 일부 지역에서만 자율 주행 택시 3대를 시범 운행해 왔는데, 택시 기사들이 자율 주행 택시의 끼어들기를 방해하거나 앞길을 막고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택시 업계와 합의 없이 로보 택시 상용화라도 하면 택시 기사들이 아예 도로를 가로막고 드러누울까 걱정된다”고 했다.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 규모는 2023년 25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서 2033년 4500억달러(약 67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구글·테슬라 등 테크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로보택시는 이용자에게도 득이다. 광화문에서 강남까지 가는데 로보택시 이용 요금은 기존 택시 요금 대비 절반 이하일 것으로 전망된다. 불친절한 기사 때문에 기분 나쁠 이유도 없다.
플랫폼 업계는 정치권의 태도가 바뀌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번번이 택시 업계 편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혁신에는 죄가 없다. 정치권이 진짜 표를 의식한다면 대다수 이용자가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살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