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1심 선고공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 선고했다./서울중앙지법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귀연 부장판사는 처음 사건을 배당받고 ‘화교’라는 소문에 시달렸다. 인물 정보에 출신 초등학교가 없고, 이름에 ‘귀’ 자가 들어갔다는 이유였다. 그런 그가 작년 3월 구속 취소 결정을 하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욕해서 죄송하다” “화교에서 한국인이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룸살롱 접대’ 의혹을 제기하며 그를 공격했다. 증거가 없었지만 지지자들의 조리돌림은 계속됐다. 심지어 동료 판사들에게도 공격을 받았다. 친절하지만 다소 가벼워 보이는 재판 태도를 두고 인신공격성 ‘비난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한 판사는 “지 부장이 온갖 수모를 버텼지만 동료들 공격에 제일 마음 아파했다”고 했다.

이처럼 그에 대한 반응은 같은 진영 내에서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지귀연은 진보일까, 보수일까.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고 해서 1233쪽 판결문을 봤다.

최대 쟁점은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는가’이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 황제에 대한 반역을 내란죄로 처벌하던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다 잉글랜드 왕 찰스 1세가 등장한다. 의회를 해산시켜 반역죄로 참수된 이 인물은 국가의 주권이 국왕에서 의회로 이동했다는 상징이다. 오늘날엔 국가 존립을 위협하거나 헌법 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행위는 누구든 내란죄로 처벌된다. 재판부는 일본, 미국, 독일, 대만, 프랑스, 스위스 등의 입법례와 학설·판례를 통해 보여준다.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이 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그동안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과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인지는 대통령의 판단 영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회에 군대를 보내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은 헌법상 권한 행사의 외양을 띤 내란죄라고 봤다.

물론 현실적 필요성을 이유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한 것이나, 통화 내역과 맞지 않는 곽종근 전 사령관의 진술을 증거로 쓴 부분 등은 논란거리다. 그럼에도 이 판결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는 부분을 고민하고 풀어내려 했다. 판결의 ‘설득적 기능’을 비교적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대통령이 야당의 횡포를 참아야 하는가’도 그렇다. 재판부는 선진국의 경우 상·하원제나 국회 해산권 등 갈등을 해결하는 제도 설계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이 진작에 논의했어야 할 부분이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그냥 ‘지귀연’일 뿐이다. 각자의 바람에 따라 그를 비난하거나 추켜세웠을 뿐이다. 어떤 결론이든 반대편에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내란 재판’에서 절차적 만족감이라도 줬다면 의미있는 판결이다. 양쪽 모두에게 공격을 받았던 지 부장판사의 사례는 정치적 갈등을 다루는 사법부의 태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