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운의 게임 플레이 장면./넷이즈게임즈 제공

K컬처의 대표 키워드는 ‘오징어게임·기생충·BTS·블랙핑크’다. 그러나 이들이 K컬처의 대장이 아닐 수도 있다.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접하고, 한국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주는 문화 산업은 게임이다.

2024년 한국의 콘텐츠 수출액은 135억7330만달러였는데, 그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56.2%다. 음악·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부문 수출액을 모두 합해도 게임에 미치지 못한다. 넥슨·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 같은 게임사는 외화 벌이를 하는 수출 역군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게임 수출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2023년 게임 수출액은 83억9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5% 줄었다. 2000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이듬해인 2024년에도 전년 대비 9.1%가 또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부상이다. 한때 외국 게임을 베껴 내놓기에 급급했던 중국 게임 업체들은 이제 자체 IP(지식재산권)를 가진 게임으로 세계 시장을 빠르게 집어삼키면서 한국 게임을 밀어내고 있다. ‘검은 신화: 오공’ ‘연운’ 등 대형 게임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돈을 쓸어 담고 있다.

중국 게임의 성장 비결은 개발자를 쏟아붓는 인해 전술이다. 크래프톤 성장기를 다룬 책 ‘배틀 그라운드, 새로운 전장으로’에는 공중증(恐中症)마저 느끼게 하는 일화가 나온다. 2017년 한국 게임 역사상 최고 흥행작 배틀 그라운드(배그)를 만든 김창한 대표에게 텐센트가 모바일 버전 출시를 제안했다. 텐센트의 초대를 받고 중국을 찾은 김 대표는 선전 개발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충격을 받았다. 게임이 거의 완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텐센트 관계자는 “개발 인력 300명이 5개월간 매일 새벽 3시까지 주말 없이 개발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귀국 직후 장병규 의장을 찾아가 “앞으로 개발 생산성에서 중국을 따라갈 수 없을 겁니다”라고 했다. 그는 배그 모바일 버전을 텐센트에 맡겼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인력·자금이 부족하고 내수 시장도 작다. 개발자의 번뜩이는 발상과 집중적인 업무 방식만이 우리가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무기다. 그런데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개발자의 손발이 묶였다. 이용자 입맛에 맞는 게임을 뚝딱 내놓는 중국과 애초에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게임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게임 출시 일정도 늦어지고 있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게임 트렌드에 맞추려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개발을 해야하는데 주 52시간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 전략’에서 K컬처를 육성하겠다며 게임을 첫째 사례로 제시했다. 게임은 결국 시간 싸움이다. 정부가 진심으로 게임을 키우고 싶다면 족쇄나 다름없는 주 52시간제부터 손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