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법원은 한덕수 전 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특검이 15년을 구형한 사건이었다. 구형을 이렇게까지 뛰어넘은 선고는 이례적이다. 판사들 사이에서도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사건은 공소장 변경부터 이례적이었다. 작년 10월 20일 재판장인 이진관 부장판사는 기소된 ‘내란수괴 방조’ 외에 ‘내란 중요임무종사’를 추가할 것을 요청했다.
기소 내용에 법리적 문제가 있으면 판사가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수는 있다. 그런데 보통은 ‘변경을 검토해 보라’고 하지, 특정 죄명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한 판사는 “찍어주지 않았다면 특검이 선뜻 ‘중요임무종사’를 택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계엄을 미리 모의한 정도의 인사들에게 적용된 혐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전 총리의 가담 정도를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었다.
중형의 가장 큰 이유는 ‘위로부터의 내란’이다. 집권 세력이 주도하는 ‘친위 쿠데타’는 그 위험성의 정도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특검은 12·12사태에서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주도해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주영복 전 국방장관 사건을 들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거 판결은 기준이 될 수 없다”며 23년을 선고했다.
‘위로부터의 내란’은 기존에 없던 개념이다. 변호인에 따르면 재판에서도 단어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그런데 양형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판결문에 등장한 것이다. 또 다른 판사는 “사망자가 있었던 과거 판결을 참조하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개념이라면 재판에서 다뤘어야 한다”고 했다.
12·3 계엄이 국헌 문란의 폭동이라면 내란죄가 될 수 있다. 한 전 총리가 말리지 않고 ‘합법’의 외관까지 만들어줬다면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재판부가 유독 이 사건을 특별하게 보고 결론을 정해 놨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 돌아보면 ‘국민을 위해 어떤 조치를 했나’라는 재판장의 질책에서 결론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과거 ‘국정 농단’ 사건에서 법원은 요건도 모호한 직권남용으로 수많은 전 정권 인사들을 구속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족도 아닌 최서원씨와 ‘경제공동체’를 인정했다. 이처럼 기존 법체계를 벗어난 무리한 판단은 국정 농단을 특별한 사건으로 보고, ‘엄벌’을 외치는 사회 분위기에 법원이 휩쓸린 결과다. 대법원이 2020년 직권남용의 성립 범위를 좁히는 해석을 내놓은 것은 그에 대한 반성적 고려다.
사법절차는 누구에게나, 어떤 사건에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내란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진보 법조인들도 ‘내란특별재판부’를 반대한 이유다. 사법정의를 세우는 것은 ‘내란을 끝낸 국민의 용기’에 목이 메는 판사의 감정이입이 아니라, 다소 무미건조하더라도 공평하게 적용되는 사법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