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지난해 무리한 카카오톡 개편으로 ‘불통 기업’ 이미지를 얻었지만, 시작은 이렇지 않았다.
2010년 카카오톡 등장 전까지 우리 국민의 소통 도구는 통화 아니면 문자였다. 문자는 곧 돈과 같았다. ‘무료 문자 30건’과 같은 상품이 통신사 요금제에 포함되던 시절, 모두가 문자 발신 건수를 줄이기 위해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를 생략하고 축약어를 쓰면서 살았다. 당시 통신 3사의 문자메시지 매출은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했다. 무료 메신저 카카오톡 덕분에 전 국민이 좁디좁은 문자 입력 창에서 해방됐다. ‘넵’ ‘ㅇㅋ’ 같은 짧은 메시지를 마음껏 보내기 시작했고 하루에 수백~수천 건의 대화를 제한 없이 나누게 됐다.
출범부터 산뜻한 카카오의 ‘화양연화’는 2018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네이버의 ‘초록 검색창’을 만든 업계의 스타 조수용과 광고 전문가인 여민수가 공동 대표를 맡으면서 전성기가 열린 것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조수용은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 제고를, 여민수는 회사 경영과 실적을 각각 책임지며 완벽한 궁합을 만들어냈다”며 “두 사람을 ‘황금 투톱’이라 부르는 이유”라고 했다. 실제로 2018년 2조4167억원이었던 카카오 연간 매출은 조·여 공동 대표 마지막 해인 2021년 6조1361억원으로 153% 증가했다. 주가도 2021년 역대 최고치(16만9500원)를 기록했다.
실적만 좋은 게 아니었다. 카카오는 이용자의 마음을 살폈다. 2019년 카카오톡에 첫 광고를 넣기 위해 무려 1년이나 회의를 거듭했다. 2012년 카카오가 광고에 부정적인 뜻을 밝힌 만큼 이용자에게 상처를 덜 주면서 편의성을 해치지 않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한 것이다. 국민이 쓰는 카카오톡 개편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경영진이 인식하던 때였다. 많은 카카오 직원이 지금도 조·여 시대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지난해 카카오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카카오톡을 일방적으로 개편했다.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처럼 바꿨고, 세 번째 탭에는 숏폼을 집어넣었다.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표만을 위한 결정이었다. 국민적 응원이 국민적 공분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수용은 최근 출간한 책 ‘비범한 평범’에 이렇게 썼다. “최근 카카오톡이 인스타그램처럼 서비스를 바꾸려고 시도했습니다. 카카오톡에서 맺은 관계가 인스타그램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건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는 상식입니다. 아마도 카카오톡이 이용자들을 앱에 오래 머물게 하려던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카카오톡에 짧게 머무르려고 노력합니다.”
카카오가 다시 국민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조수용의 마지막 한마디에 해답이 담겨 있다. “사람은 언제나 진심을 알아본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