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을 찾은 시민들이 도심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7개월 사이 3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19년 만에 최대 폭인 8.5% 올라 현 정부 1년차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뉴스1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부동산 정책을 두고 ‘문재인 정부 시즌2’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치적 철학과 문제 인식이 닮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공급 중심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차별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7개월을 돌아보면 그 약속은 구호에 불과했다. 규제는 더 촘촘해졌고, 공급은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 개념에 머물렀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최소한의 정책적 교훈조차 학습하지 못한 무능이다. 시장 반응도 기대에서 분노를 거쳐 체념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시즌2’라는 평가마저 아깝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당시엔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적 ‘시늉’은 있었다. 3기 신도시라는 대규모 공급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왔고, 목표 달성 여부를 떠나 적어도 시장에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는 던졌다. 그 결과 짧은 기간이지만 서울 집값이 잡히기도 했다. 정책 완성도는 낮았을지언정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읽으려 노력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방향성과 구체성이 모두 실종된 ‘총체적 난국’이다. 집권 직후 공급을 외치면서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고강도 대출 규제였다. 수요를 인위적으로 누르면 언젠가는 터진다. 그래서 공급 대책이 뒤따라야 했지만, 3개월 후 발표된 대책은 ‘135만 가구’라는 숫자만 남긴 맹탕이었다. 시장은 이를 공급 확대가 아닌 ‘공급 불가 자백’으로 받아들였다. 공급 대책이 오히려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기면서 수도권 인기 지역 집값은 다시 치솟았고, 정부는 또 규제로 대응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시도하지 못한 토지거래허가제를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광범위하게 시행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결국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9년 만에 최대 폭인 8.5% 상승했고, 평균 가격은 5개월 만에 1억원 올라 15억원을 돌파했다. 변명의 여지 없는 실패다.

집값 불안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책 신뢰의 붕괴다. 이제 시장은 규제를 경고가 아니라 투자 신호로 해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규제가 나올수록 강남을 포함한 한강변 집값이 가장 먼저,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다. 물론 그 신호에 응답할 수 있는 것은 극소수 현금 부자와 부모 찬스가 가능한 자녀들뿐이다. 대다수 서민·중산층은 대출 규제에 막혀 자산 증식 경쟁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이런 ‘사다리 걷어차기’를 정부가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다행히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야당 인사를 국무위원으로 영입하며 실용을 강조했듯, 그간 ‘적폐’로 치부하며 외면해 온 시장 친화적 해법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념의 순수성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이다. 어쩌면 지금이 진보 정권 부동산 정책의 연패를 끊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