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카카오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함께 공동 제휴를 발표하는 카카오 미디어 데이가 열리면서 카카오 정신아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장련성 기자

“카카오가 선발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근 ‘국가대표 AI’로 뽑힌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다섯 팀을 선정하는 공모에서 카카오를 경쟁자로 생각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 임직원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일 수 있지만 국내 AI 업계가 카카오의 수준을 보는 눈은 냉정했다. 현실은 팩트를 몇 개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명료하게 드러난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 분야에서 죽기 살기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반도체와 스마트폰, 앱을 잘 만드는 기업이 일류 테크 기업이었다. 지금은 생성형 AI가 테크 뉴스의 시작이자 끝이다. 사람처럼 말을 이해하고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기술(대형 언어 모델·LLM)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는지 여부로 테크 기업이냐 아니냐를 가늠할 수 있다. 한국에선 LG와 네이버 등이 자체 LLM을 만들어냈다.

카카오도 LLM 개발을 목표로 2021년 코지피티 1.0을 공개했다. 2023년 하반기에 코지피티2.0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4월로 출시 일정을 늦추더니 지금까지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품질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카카오는 올해 2월 미국 오픈AI와 손잡고 AI 서비스 ‘카나나’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 카나나 베타 서비스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미 챗GPT·제미나이 등 프런티어급 AI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에 그리 좋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결국 국대 AI 선발전에서도 떨어졌다. AI 업계에선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국대 AI 사업의 목표인데, 오픈AI와 손잡은 게 감점 요인이 됐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세돌을 바둑에서 이긴 알파고를 알파고 제로는 단 사흘 만에 물리쳤고, 오픈AI는 평범한 사진을 지브리풍으로 바꿔줘 세계를 놀라게 했다. AI 업계에선 이런 종류의 혁신이 빈번히 일어난다. 카카오가 AI 시장에서 뭔가 해볼 수 있는 골든타임이 거의 끝나간다는 얘기다. AI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7일 카카오의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정신아 CEO(최고경영자)는 발표 내용의 절반을 할애해 AI 비전을 설명했다.

카카오는 창업 이후 혁신을 거듭하며 기술 스타트업 신화를 써 내려왔다. 해외 채팅 앱의 공세를 기술로 이기고 국내 채팅 앱 시장을 지켜낸 공도 크다. 그러나 국내외 AI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격전을 벌이는 동안 카카오의 주력 사업은 여전히 채팅·광고·송금하기·선물하기·택시 호출 등 과거에 멈춰 있는 것 같다. 성공에 취해도 될 만큼 늙은 기업은 아닐 것이다. 카카오가 AI 대전환기에도 진취적인 모습으로 살아남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