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에게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주민들보다 3만원씩 더 준다. /양인성 기자

경기 이천 장호원읍과 충북 음성 감곡면은 폭이 약 100m인 청미천을 맞대고 있다. 다리 건너 양쪽 풍경이 퍽 다르다. 충북 감곡에는 e테크 산업 단지와 대학 2개가 있다. 경기 장호원에는 논과 복숭아 연구소가 있다. 행정구역상 수도권인 장호원에 개발을 막는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40년 넘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공장을 만드는 것도, 대학을 세우는 것도 경기 장호원보다 충북 감곡이 훨씬 유리하다.

두 동네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지급된 소비 쿠폰 때문이다. 장호원 사람들은 바로 옆 감곡보다 1인당 3만원씩 적게 받는다.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 주민에게는 소비 쿠폰을 3만원씩 더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살림살이 형편이 아닌 주민등록지 차이로 다리 건너 주민보다 덜 받게 됐다.

‘비수도권 3만원’은 정부 원안에 없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됐는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를 둘러싼 열띤 토론이 진행된 흔적은 없다. 한 민주당 의원이 “소득 자산 불균형을 고려해 비수도권에 3만원 정도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번 정부가 불평등 완화를 위해 기존과 다른 진일보한 정책을 냈던 정부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한 정도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침묵으로 동의했다. 같은 날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서울·수도권에 비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지역 경제에 더 큰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며 비수도권 3만원 추가를 공식화했다.

30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에 상인회에서 내건 '민생회복 소비쿠폰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통계청 기준 2023년 1인당 개인 소득이 서울(2937만원)에 이어 2~3위인 울산(2810만원)과 대전(2649만원) 주민 250만명은 3만원씩 더 받게 됐다. ‘행정 수도’인 세종에 사는 공직자도 비수도권 쿠폰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세종 개인 소득(2599만원)이 경기(2569만원)나 인천(2466만원)을 앞선다는 통계는 지리적인 경계 앞에 맥을 추지 못한다. 물가에 집세에, 형편 어려운 사람들은 수도권에 사는 게 생활이 더 고단할 수 있다.

이것저것 따지고 재다 보면 행정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가르는 게 깔끔하다고 공무원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소득이 보다 적은 사람들에게 추가로 소비 쿠폰을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으니, 거기에 돈을 더 얹어 주는 게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은 ‘소비 쿠폰’인데, 국회의원들에겐 최대한 넓게 뿌려 환심을 사는 ‘정치 쿠폰’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씩이나 살면서 돈 3만원에 뭘 그리 지질하게 구냐고 할 수도 있겠다. 비수도권 인구 2500만명에 3만원을 곱하면 7500억원이다. 비수도권 주민을 위로하는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지역 균형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증발해 버리기엔 적은 세금이 아니다. 3만원이 탐나서 하는 말이 아니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