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청사 출입문에 비친 검찰 로고

내란·김건희·해병대원 ‘3대 특검’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동안 검찰 주변에서 ‘전화받은 사람들’ 명단이 돌았다. 각 특검이나 특검보로부터 파견 검사로 와줄 것을 요청받은 검사들의 명단이라고 한다.

검사가 이런 전화를 받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다. 통상은 특검에서 파견 요청 검사 명단을 대검찰청에 보내면 대검과 법무부가 조율하는 방식으로 파견이 이뤄진다. 그런데 사상 첫 ‘3대 동시 특검’ 규모가 역대급이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 파견 검사만 해도 총 120명으로 서울중앙지검 검사 수(200명)의 절반을 넘는다. 수사 실무 인력인 5년 차에서 부부장 검사까지 740여 명 중 120명이 파견된다면 6명 중 1명꼴이다. 그러다 보니 특검이나 특검보가 영입 대상 검사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린다고 한다. 두 개 이상 특검에서 파견 요청을 받았다는 검사들도 여럿이다. 이렇게 경쟁이 붙은 경우는 대검에서 최종적으로 조율을 한다.

파견 요청 검사 상당수는 특수 수사 경험이 많거나 금융 분야 업무를 한 경력이 있다. 대형 금융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를 비롯해 식품·의약품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 소속 검사, 조세 분야 전문가 등이다. 일선에서 ‘수사 좀 한다’는 검사들을 긁어모은 것이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 검찰에서 중책을 맡았던 사람도 있었다. 한 부장검사는 “이전 정부와의 인연, 출신 지역 등을 고려하지 않고 철저히 실력 중심으로 뽑은 듯해 놀랐다. ’이재명 수사팀’만 빼고 다 데려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흐름은 검찰 개혁을 넘어 검찰을 해체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는 상반된다. 국정 우선 과제라는 ‘내란 극복’을 검사들의 손에 맡기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그런데도 검찰 특수부의 확대판인 ‘매머드 특검’을 꾸린 이유는 결국 검찰을 원하는 방향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한 일선 부장검사는 “검찰이라는 ‘잘 드는 칼’을 버리지 않고 네임 태그(이름표)만 바꿔 붙인 느낌”이라고 했다.

문제는 ‘매머드 특검’으로 민생 수사가 큰 지장을 받는다는 데 있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한 금융 사기 사건의 경우 수사팀 상당수가 특검에 파견되면서 4~5명이 맡던 공소 유지를 막내 검사 한 명이 맡게 됐다. 금융 사기범과 그를 변호하는 로펌 좋은 일만 시키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대검의 결원을 지검에서, 지검 결원을 지청에서 보충하면 ‘결원 도미노’가 불가피하다. 사기, 절도, 교통사고 등 서민들이 당하는 피해 사건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 개혁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 과정에서 오히려 검찰 몸집이 불어났다. 이름표를 바꿔 붙인 ‘매머드 특검’은 민생 수사 붕괴의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 적폐 청산과 검찰권 축소는 여전히 양립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