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명품 그룹으로 꼽히는 프랑스 기업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가 국내에서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터무니없이 비싸다” “가격을 또 올렸다”처럼 명품 기업에 늘 따라붙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아니다.
LVMH의 핵심 브랜드인 디올은 지난 13일 국내 소비자들에게 정보 유출이 발생했다고 공지했다. 정보 유출이 발생한 게 1월이었는데, 디올이 상황을 파악한 건 그로부터 100일이 지난 뒤였다. 피해자들에게는 6일이 더 흐르고 알리기 시작했다. 개인 정보 유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디올 사태가 발생한 지 2주가 채 안 된 26일, 이번에는 보석 브랜드 티파니에서 개인 정보 유출이 일어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을 대표하는 보석 브랜드 티파니 역시 LVMH 산하다. 티파니코리아는 개인 정보 유출 피해 고객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사이버 보안 사고가 일어났음을 인지했다”며 “한국인 정보 주체의 개인 정보가 일부 유출됐음을 확인했다”고 썼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이 기업 경영의 기본 중에 기본으로 꼽히는 보안 관리에서 잇따라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유통 업계의 한 인사는 “화려해 보이는 명품 제국 LVMH가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에서 유출된 개인 정보에는 이름, 전화번호뿐 아니라 명품 소비자들 입장에서 특히 민감할 수 있는 구매 데이터까지 포함됐다. 같은 그룹 산하 브랜드답게 두 회사는 국내 언론에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티파니는 26일 본지 보도로 고객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가 지나 기자에게 “고객 정보의 보호와 보안은 티파니의 최우선 사항이며, 이번 사안으로 인해 불편이나 우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디올 고객 센터에 전화를 하니 “추가적인 설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 덕분에 LVMH는 코로나 시절 호황을 누렸다. 디올은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9453억원, 영업이익 2266억원을 기록했다. 티파니코리아는 매출 3779억원, 영업이익 215억원을 올렸다.
5000만원에 파는 가방의 원가가 200만원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찾으면 그만이다. 그게 시장 논리다. 동시에 어떤 기업이든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개선하도록 애쓰는 것도 시장 논리이자 기업의 도리다. 명품 기업의 한국 지사는 판매와 마케팅에 집중하느라 보안에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그건 그 기업 사정이다. 고객의 개인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기업, 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성실히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기업 앞에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