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 논란은 단순히 자영업자의 분노를 불러온 것 이상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커피 원가가 120원인데 너무 비싸게 판다’는 이 후보의 발언에 자영업자들은 가슴을 쳤다”고 비판하자, 민주당은 “이 후보는 ‘커피를 너무 비싸게 판다’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허위 사실 공표죄로 김 위원장을 고발했다. 적반하장이라고 본다. 이재명 후보의 처벌 근거인 허위 사실 공표죄의 ‘행위’ 조항 자체를 없애는 쪽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주체가 다름 아닌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 발언은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나왔다. “닭은 5만원 받고 땀 뻘뻘 흘리면서 한 시간 고아 팔아봐야 3만원 남는데, 커피는 한 잔 8000원에서 1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 내가 알아보니까 원가가 120원이더라.”
논란이 되자 이 후보는 19일 TV토론회에서 “맥락이라는 게 있다. 커피 원재료 값, 2019년 봄에는 120원 정도가 맞다”며 “원료 값이 이 정도 드니까 닭죽 만드는 것보단 더 나은 환경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그 말을 떼 내 왜곡해서 말하면 (안 된다)”이라고 했다. 경기지사 시절 계곡에서 불법 영업을 하는 상인들을 설득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말에는 맥락이라는 게 있다. 이 후보 발언은 ‘커피 판매점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것보다 ‘커피 원료 값이 닭보다 훨씬 싸다’는 말로 들린다.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 핵심 쟁점이 바로 ‘맥락’이었다. 1심은 맥락상 이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한 반면, 2심은 맥락은 서랍 속에 넣고 발언을 잘게 쪼개 직접적인 발언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엇갈린 판결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종 유죄로 결론 낸 것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이례적으로 빠른 선고가 ‘선거 개입’이라며 총공세를 펼치지만, 그건 민주당 생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대법원은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도울 뿐만 아니라, 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에게 허위 사실 공표죄에 대한 ‘법의 잣대’를 명확히 인식하도록 하겠다는 목적이 더 컸다고 본다.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이 후보에게 무죄를 준 2심 판단이 기준이 돼 후보자들이 같은 범죄를 반복해도 할 말이 없게 됐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법정에서 “사진이 조작됐다고 했지, 고(故) 김문기씨와 골프 치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고 주장하던 이 후보가 ‘커피 원가 120원’에선 전체의 맥락을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문을 다시 반복한다. “발언은 당시 상황과 취지, 맥락을 살펴야 한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남들을 허위사실유포죄로 고발하기 전에 그 판결문부터 다시 읽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