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창문에 오피스텔 임대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국 오피스텔의 월 임대료를 조사해 지수화한 ‘월세가격지수’가 지난달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정부 통계가 최근 공개됐다. 작년 6월 이후 8개월 연속 올랐는데, 전용면적 40㎡ 이하 소형 오피스텔이 특히 많이 올랐다. 소형 오피스텔에는 주로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거주한다.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에서 살 형편이 안 되는 임차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체 주거 상품이다. 주로 도심에 위치해 출퇴근, 편의 시설 이용이 편리하고 보안도 우수하다. 최근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어 오피스텔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서울 오피스텔 1500실을 표본 조사해봤더니 거주자의 92%가 1~2인 가구였다. 지난해 전세 사기가 전국을 휩쓴 영향으로 최근엔 월세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다. 오피스텔 월세 상승도 단순하게 설명하면 임대 공급이 임차 수요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전세 사기로 인한 월세 쏠림이나 고금리 등 다른 요인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정부가 2020년 7월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기존의 2배 수준으로 올리고 주거용 오피스텔을 종부세 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갑작스러운 세제 개편으로 오피스텔 여러 채를 임대하며 월세로 생활비를 충당하던 은퇴 세대는 월세보다 몇 배 많은 돈을 종부세로 내게 됐다. 그러자 집주인들은 오피스텔을 처분하거나 업무용으로 전환했다. 건설사들도 오피스텔 공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2019년 전국 11만실에 달했던 오피스텔 분양은 지난해(1~9월) 40분의 1 수준인 2800실로 급감했다.

신규 공급이 없으면 결국 기존 오피스텔을 두고 세입자들끼리 경쟁하면서 월세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월세 내느라 결혼이나 출산의 꿈은 더욱 멀어져 갈 수도 있다. 결국 오피스텔에 투자해 임대하려는 사람이 늘어나야 월셋집 공급이 늘어나면서 청년 주거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기조는 ‘비정상적 규제의 정상화’다. 하지만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는 너무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신규 공급에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되 기존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까지 규제를 풀어줄 필요는 없다”는 논리라고 한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오피스텔 월셋집 공급을 늘리려면 세금 계산 시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정부는 내년까지 신축되는 오피스텔을 취득하는 경우에 한해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가 대책을 질질 끌면 청년들의 월세 고통만 점점 더 가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