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한국판 뉴딜’ 추진 유공자 45명에게 훈장 등을 수여했다. 이날은 10년 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3월 물가와 2200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작년 국가 부채가 발표됐다. 나라 경제는 소용돌이에 휩쓸려 가는데, 경제 컨트롤 타워 수장은 막판 업적 생색내기에 여념 없었다. 그는 “한국판 뉴딜은 해외 언론, 국제기구 등 국제사회로부터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한국판 뉴딜은 국비 160조원 등 220조원을 쏟아부어 코로나로 침체된 경기와 일자리 부족을 해결하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재작년 7월부터 본격 추진한 경기 부양책이다.
홍 부총리의 뉴딜 자화자찬은 지난달 31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도 있었다. 그는 “한국판 뉴딜은 미래 대비 대전환 전략이자 민관 협력 투자 정책”이라고 자평했다. 이날 기재부는 ‘4월 한국판 뉴딜 주요 사업 추진 계획’을 배포했다. 예산이 공개된 사업만 65개로 1조2000억원 규모였다. 현 정부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 공공기관장 알박기 임명처럼 뉴딜 알박기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판 뉴딜의 올해 예산은 33조1000억원이고, 차기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은 100조원이 넘는다.
한국판 뉴딜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홍 부총리 평가와 사뭇 다르다. 예산이 중복 편성되거나 불필요한 부분에 사용되는 등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 부처들이 기존 시스템 운영비를 한국판 뉴딜에 포함시킨 규모는 1700억원에 달했다. 정부 청사 내 화분을 놓고 인조 잔디 등을 교체하는 것이 그린뉴딜로 포장된 사례도 있었다.
정부 출범 후 2020년까지 4년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만 7조3000억원 보조금이 투입됐지만, 과도한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에 따른 환경 파괴와 낮은 발전 효율, 중국 기업으로 편중된 이익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사업에 투자하는 주민에게 투자금의 90%까지 장기 저리로 융자해줘 대출 특혜 주장도 제기됐다.
투자자들은 이미 한국판 뉴딜에 낙제점을 주고 있다. 손실을 세금으로 메꿔준다는 약속 하에 2020년 정부가 출시한 뉴딜펀드 39개에는 지난 1년간 700억원 이상 빠져나갔다. 문 대통령도 펀드에 가입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뉴딜펀드 6개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2%가 넘었다. 정권 교체와 함께 쪼그라드는 관제 펀드의 운명을 벗지 못할 신세다.
정부 내에서조차 시선은 싸늘하다. 한 고위 경제 관료는 “한국판 뉴딜 등 정부 주도 경제 계획은 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먹거리를 만들어낼 부뚜막만 깨부쉈다”며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활력을 높이고 시장 기능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화자찬은 가당치도 않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