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16일까지 벌인 ‘교실로 온 평화 통일’이란 행사가 있다. 교육청이 제시한 도서와 교육용 도구 목록 중에서 학교가 원하는 종류와 수량을 고르면 100만원 한도에서 교육청이 예산으로 구입해 보내주는 것이다. 평화·통일 교육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라고 하는데 서울 초·중·고교에 사주겠다고 제시했던 목록에 논란될 만한 책들이 꽤 있다.
예컨대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저항하는 평화’ 등 병역 거부자들이 쓴 책들은 평화를 위해선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병역 거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베트남전쟁 1968년 2월 12일’이란 책은 베트남전에 파병된 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사살당한 베트남 어린이와 여성들의 끔찍한 사진도 여러 장 담겨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학생들에게 이런 책들을 지원하려는 이유를 물었더니, 서울시교육청은 “내용 검토를 꼼꼼히 하지 못했다”며 해당 도서를 슬그머니 목록에서 뺐다.
교육청이 사주겠다고 한 교구(敎具) 중에는 파업 등 행동 카드로 사회운동의 단계를 올려가는 ‘세상을 바꾸다’란 게임도 있다. 한국사 교육을 내세운 카드놀이는 “이승만은 친일파들과 손을 잡고 독재정치를 하다 쫓겨난다” “한강 다리를 폭파시켜 수많은 시민을 희생시키고 부산까지 피난 갔다” 등 이승만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글과 그림을 담고 있다.
도서 목록 상위 1~3번에 올린 책들은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에 대해선 “애초에 공격용이 될 수가 없다”고 주장하고, “결국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탈북자에 대해선 “남측에 가면 정착 지원금도 주고 집도 준다고 하니 혹해서 남으로 오게 된 것”이라고 깎아내리고, “결국 자본주의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주민에 대해선 “모두 활달하고 당당했다. 정이 넘쳤으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구가하며 살고 있었다”고 하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도 정당한 것처럼 미화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해선 “천안함 사건이 터졌다”고만 서술해 도발 주체를 모호하게 흐렸다.
초·중·고교에 사주겠다고 제시한 도서 목록에 이런 책들을 맨 위에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학교가 이 책들을 고르길 원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다양한 관점에서 교육할 수 있는 자료로 구성했고 특정 이념을 강요하는 자료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또 도서 및 교구 목록은 현직 교사 21명으로 꾸린 ‘평화통일교육 현장 지원단’이 정한 것이라고 떠넘기면서 이들이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익명의 교사 집단에 숨어 회피하지 말고, 이런 책들을 국민 세금으로 사주자고 한 교사들이 누구인지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