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7층에는 시정 수뇌부 집무실이 모여있다. 시장과 행정부시장, 경제부시장, 기획조정실장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결재를 받거나 보고하는 공무원, 민원을 제기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던 이곳이 올 초부터 부쩍 한산해졌다. 오거돈 시장이 지난해 4월 성추행 사건으로 떠난 뒤 지난달 5일 박성훈 경제부시장(약칭 ‘경부’), 지난달 26일 변성완 행정부시장(약칭 ‘행부’·시장 권한대행)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간판을 앞세워 줄줄이 4월 보궐선거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넘버4’ 김선조 기획실장이 졸지에 ‘넘버 1’이 되면서 시정 공백 논란이 일었다. 변 대행 사퇴 사흘 뒤인 지난달 29일 이병진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장이 신임 행정부시장으로 부임했다. 이 ‘행부’는 지방고시 1회로 공직에 입문, 5급(기획팀장)부터 2급(기획실장)까지 부산시청에서 근무한 ‘부산통’이다.
그렇다고 시정 공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부산시 공무원들은 “넘버 2가 넘버 1을 대신할 순 없다”고 한다. 어느 지자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민선 시대 이후 광역단체장들은 막강한 권한과 결정권을 갖고 있다. 대행 체제는 ‘관리’와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뒷걸음질 치지 않고 제자리만 지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도전’이나 ‘돌파’ 같은 단어는 언감생심이다. ‘넘버 1 부재’ 상태인 부산의 제자리걸음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무한 경쟁 시대, 갈 길 바쁜 동북아 해양 수도 부산에겐 사실상 퇴보다.
여당으로 간 변성완 ‘행부’, 야당으로 간 박성훈 ‘경부’는 행시 37회 동기다. 각각 행자부와 기재부에서 28년여 공직 생활을 한 엘리트 관료다. ‘행정’을 버리고 정치판에 뛰어든 이들의 결정은 뜻밖에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으려는 승부수일지 모른다. 1995년 시작된 민선단체장 시대 이후 26년간 해당 지자체 고위 간부였다가 시·도지사로 직행한 경우는 76명 중 딱 4명에 불과하다.
‘대운(大運)’을 잡겠다는 개인의 결단을 나무랄 수는 없다. 엘리트 관료의 능력과 경륜을 고향을 위해 쓰겠다니 좋은 일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와 행정이란 큰 틀에서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부산시 공무원 넘버 2·3가 잇따라 ‘정치 열차’로 옮겨타는 모습이 요즘 부쩍 초라해진 ‘행정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읽힌다. 엘리트 관료들이 너도나도 정치로 뛰어들면 “소(부산시)는 누가 키우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에 빠지기 쉬운 정치에 행정은 현실성과 타당성, 지속성이란 가치를 부여한다. 견제와 균형을 부여하는 행정이 몰락한 사회는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는 말이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