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급등 원인은 ‘저금리’ 탓이다.”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회에서 한 발언을 보면서 실소가 터졌다. 의사가 환부(患部)를 들여다보면서도 병의 원인은 엉뚱한 데서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 장관은 전셋값 급등에 대해 지난 7월 말 임대차법 개정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서 세입자가 원래 살던 집에 그대로 눌러 앉는 사례가 늘어 (전셋집) 공급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원인에 대해선 저금리를 지목했다.
저금리가 매매 가격이 아닌 전세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뭘 모르는 소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유동성이 풍부해진다고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비싼 전셋집에 들어가지 않으며, 임대인 역시 전셋값을 무리하게 올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전세를 구하는 수요자는 저금리 상황이라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면 샀지, 대출을 받아 더 비싼 전셋집으로 이주하려는 수요는 많지 않다. 집주인 역시 저금리여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면 전세 보증금을 올려봐야 얻는 실익이 별로 없다. 장관은 이런 간단한 구조를 모르는 것일까. 게다가 저금리 상황은 전셋값이 급등한 7월 이전에도 있었던 조건이다. 장관 말대로 저금리 때문에 전셋값이 치솟는다면, 역시 저금리였던 2018~2019년 서울 아파트 값은 급등했는데 전셋값은 오히려 내렸던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겠다고 해 ‘세금 폭탄’ 비판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공시가격 현실화를 증세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봉 30억원인 사람의 소득을 10억원으로 간주하고, 연봉 3000만원인 사람은 2500만원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것과 똑같다”고 해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세금을 제대로 걷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비싼 집일수록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높다. 올해 시세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68.1%이지만, 15억~30억원은 74.6%이고 30억원 이상은 79.5%에 달한다. 이번 정부 들어 이미 고가 주택에 대해서만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집중적으로 높여서 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종부세라는 별도 장치가 있는데 또 고가 주택만 단기간에 공시가격을 올리는데 반발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1주택자는 집값이 올랐다고 집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것도 없는데 세금 폭탄만 연거푸 맞는 셈이다. 김 장관은 이전에도 “영끌로 집 사는 30대가 안타깝다”는 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전세난 원인은 저금리가 아니라 전셋집 공급을 줄인 임대차법인 게 자명한데 그건 언급을 피하고 “저금리” “계절적 이사 수요”라면서 장님 코끼리 다리 긁는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전세난 해법을 선뜻 못 내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