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5월 31일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에서 파업 집회를 위해 모인 아마존 직원들. 시위는 해고 사태와 사무실 복귀 의무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아마존은 지난달 29일 AI 사용이 늘면서 사무직 3만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시대에 고용은 어떻게 되나요?” 최근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단 초청 행사에선 이런 질문이 각 프로그램마다 나왔다. 마침 아마존이 “1만4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운영의 75%를 자동화하고, 일자리를 최대 60만개 줄이는 계획을 담은 내부 문서가 보도되기도 했다.

아마존 임원들의 답변은 이랬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 맷 가먼은 “AI는 사람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AI가 업무에 도입되는 것은) 인력 감소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조직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AWS 생성형 AI 혁신센터 디렉터 스리 엘라프로루는 “순수한 일자리는 도리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AI는 일자리를 빼앗기보다 업무 방식을 바꾼다는 논리였다.

AI 시대 고용 시장 전망은 테크 리더들이 받는 단골 질문이다. 그들의 답변은 미리 짠 것처럼 비슷하다. 산업혁명 시기나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기술 발전은 업무 생산성을 높여 인간이 더 창의적인 일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AI는 직업을 없애기보다 ‘변화’시킬 뿐이며, AI 보안 같은 분야에서 새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절반만 진실이다. 산업혁명으로 대량 생산이 시작되며 세계 산업은 급성장했다. 기계공, 철도 기술자 등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됐다. 그러나 동시에 방직공·목수·재봉공 등 수많은 숙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직물을 짜던 노동자들이 방직 기계를 부순 ‘러다이트 운동’까지 일어났다. 1900년대 중·후반 컴퓨터가 도입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업무 생산성이 증가했고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등 새 직업군이 생겼지만 전화교환원, 은행 계산원 등 행정직 종사자는 일터에서 밀려났다. 이 불편한 진실을 테크 리더들은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실제로 AI는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달 일자리가 15만개 이상 줄어 10월 기준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마존·메타·IBM 등 주요 빅테크는 감원 계획을 발표 중이다. 해고가 쉽지 않은 한국에선 미국만큼 체감되진 않지만 확실히 취업문이 좁아졌다. 지난 8월 기준 청년 3명 중 1명이 원하는 일자리를 못 찾아 구직을 단념한 ‘쉬었음’으로 분류됐다는 통계는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AI를 쓰지 말자는 게 아니다. 치열한 AI 경쟁 속에 공격적 투자와 기술 개발이 시대의 소명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AI가 드리울 어두운 그림자도 직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일자리를 잃고 미래가 불투명해질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과 재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때다. 첨단 기술은 결국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