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만 주차할 수 있는 UC버클리대 내부 주차공간/소셜미디어

미국 캘리포니아의 명문 UC버클리에는 특별한 주차장이 있다. 물리학과 건물인 ‘캠벨 홀’ 앞에 5곳, 화학과가 주로 사용하는 ‘라티머 홀’ 뒤에 2곳, 경제학과 건물 에번스 홀 근처 1곳 등 모두 8곳이다. ‘노벨상 수상자 전용 공간(Nobel Laureate Reserved)’이라는 표지판이 있고, 다른 사람들의 주차는 허용되지 않는다. UC버클리는 언덕 위에 좁게 자리 잡고 있어 주차난이 극심하다. 구성원들이 “주차를 편하게 하려면 노벨상을 타야 한다”고 농담할 정도다.

그런데 최근에는 ‘노벨상 주차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근 존 클라크 물리학과 명예교수와 오마르 야기 화학과 교수가 각각 올해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되면서 이 대학 교수진 중 노벨상 수상자는 28명으로 늘었다. 동문 수상자까지 합치면 노벨상을 받은 UC버클리 구성원은 61명에 달한다. 분야도 물리학·화학·경제학·문학 등 다양하다. 이러다 보니 “이젠 노벨상을 받더라도 주차를 못할 수도 있다”는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

UC버클리는 이 주차장만으로 연구자들을 움직이는 게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끊임없이 배출하는 진짜 비결은 최상의 연구 환경이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고, 실패할 가능성이 큰 연구라도 오래,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자유와 여유 공간을 준다. 이 대학 기초과학 연구는 미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와 함께하며 국가의 지원을 받고, 최신 실험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실패 연구’ ‘혁신적이지만 위험한 초기 연구’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기금이 다양하다. 클라크 교수는 노벨물리학상 수상 직후 행사에서 ‘UC버클리 평생 주차권’을 들고 “큰 연구실과 연구원 12명 등 엄청난 지원을 받았고, 그게 정말 중요했다”고 했다.

반면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0명’인 한국은 ‘돈이 되지 않는 연구’에 너무 인색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대부분 응용 기술에 쏠려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행하는 과학’도 달라진다.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윤석열 정부는 원전 복원을 외쳤는데 이재명 정부는 주요 정책과 예산을 인공지능(AI) 분야에 쏟고 있다. 특정 분야에 반짝 집중되던 예산과 관심도 금방 식는다. 이·공학 계열 학생은 의대로, 교수는 해외로 떠나고 있다.

AI와 에너지 모두 중요하다. 몇 년 안에 성과를 내는 R&D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 꾸준한 투자다. 특히 기초 과학 분야 연구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유행만 따르거나 일관성이 없다면, 우리는 100년 후에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UC버클리 주차난’은 더 심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