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AFP 연합뉴스

“트럼프가 젤렌스키의 ‘뺨을 때리던’ 그 순간, 대만도 정신을 놓을 만큼 혼란에 빠졌다.”(선정난·대만 유명 정신과 의사)

“장기짝의 비애다. 우크라이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용만 당하다 버려졌다.”(솨이화민·대만 퇴역 장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워싱턴 DC에서 벌인 설전(舌戰)이 공개되자 대만이 요동쳤다. 1일 대만 방송에서는 여야 정치 논객이 총출동해 우크라이나에 감정을 이입한 분노를 쏟아냈다. 대만에선 작년 말부터 국회(입법회)에서 여야 육탄전이 벌어지고, 헌법재판소 마비와 국회의원(입법위원) 퇴출 시민운동으로 내홍을 겪고 있지만 이날은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대만이 가장 충격받은 회담 속 단어는 ‘외교(diplomacy)’였다. 양국 정상 회담에 동석한 J D 밴스 부통령이 돌연 전쟁을 끝내려면 외교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고, 젤렌스키는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날카롭게 되물었다. 미국이 안보 보장 없는 일방적 협상을 ‘외교’라는 명분으로 포장했다는 의미였다. 이어지는 트럼프의 말은 대만에도 꽂히는 화살이었다. 그는 젤렌스키를 향해 “당신은 카드가 없다”면서 “제3차 세계 대전을 놓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이 순간, 대만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미국의 보호를 기대할 수 있는가.’

트럼프는 ‘중국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오히려 ‘협상 카드’로 이용하는 듯하다.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첫 내각회의에서 트럼프는 대만 방어가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인지 묻는 질문에 “그런 것에 관해 절대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그 입장에 갇히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군사 개입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던 입장에서 크게 후퇴했다.

트럼프의 미국 외교 노선 변경에 대해 중국은 ‘반역(造反)’, ‘대요천궁(大鬧天宮·손오공의 하늘 궁전 소동)’이라며 조용히 웃고 있다. 자유무역·민주주의·동맹 네트워크라는 3대 축으로 구축한 미국 주도 세계 질서가 흔들리며 중국이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장님 스타일의 트럼프는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을 향해 우선적으로 포화를 퍼붓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에 몰두할수록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의 발목을 무겁게 짓누르던 인권, 제도, 영토 분쟁이란 족쇄는 느슨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만·홍콩·티베트·신장 위구르 문제를 포함하는 ‘핵심 이익(양보할 수 없는 중대 이익)’을 더욱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글로벌 공간이 중국에 열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트럼프의 별명이 ‘젠궈(建国·중국을 일으키다) 동지’인 것은 우연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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