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싱턴DC에서 가장 주목받는 동맹국은 중국 견제의 최전선에 서있는 호주인 것 같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호주산 와인’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위터에 “백악관 연회에 호주산 와인을 내놓겠다”는 글을 올려 호주 편을 들었다. 하지만 ‘와인‘보다 더 미국을 자극한 것은 따로 있었다.
지난달 중순 호주 국방부 감찰관실은 아프간에 참전한 자국 특수부대가 민간인과 포로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531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했다. 관련자 19명이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호주로서는 참담한 일이었다. 그런데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런 행위를 강력히 비난한다”며 트위터에 호주 군인이 아프간 어린이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합성 사진‘을 게재했다. 상대국을 깎아내리기 위해 ’가짜 사진‘까지 동원한 것이다.
케일 브라운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중국 공산당치고도 정말 질 낮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지명자인 제이크 설리번은 “호주인들은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커다란 희생을 해왔다”며 “미국은 우리 동맹 호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공동의 안보, 번영, 가치 진전을 위해 동료 민주주의 국가들을 단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대중 견제 정책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예고한 것이다.
파장이 예상되는데도 자오 대변인이 ’합성 사진‘을 꺼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서방국가들이 말하는 인권과 자유의 허위성을 폭로했다”는 그의 발언에 있을 것이다. ’서구가 중국보다 나을 게 뭐냐‘고 선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호주의 위선이 폭로’당한‘ 사례일까. 호주 국방부는 외부의 군사 심리학자에게 특수부대 문화에 대한 조사를 맡겼다가, 2016년 2월 처음 전쟁범죄 가능성을 보고받았다. 입증되지 않은 ’루머‘와 ’증언‘이 뒤섞인 상태였다. 호주 국방부는 독립적 감찰을 개시했다. 4년 간 목격자 423명을 인터뷰하고 자료 2만건과 사진 2만5000장을 분석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지난달 보고서다.
민간인·포로에 대한 가혹행위는 분명히 중대한 범죄다. 그러나 호주엔 ’이래서는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독립적 조사와 감찰 제도가 작동했다. 호주의 잘못을 호주인의 손으로 밝혀내고, 아프간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구현할 ’자유 민주주의‘가 있었다.
중국엔 인민해방군, 무장경찰, 공안 같은 병력이 수도 없이 많다. 이들이 홍콩·티베트·위구르 같은 곳에서 하는 일을 세계가 다 듣고 있다. 하지만 인권 문제를 제기할 자유도, 독립적으로 조사할 제도도 없는 것이 중국이다. 자국민을 이렇게 대하는 나라가 외국인의 인권 문제도 조사해낸 호주를 비웃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미국이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아마 이런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