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 한국체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요즘 가장 주목받는 생활 스포츠는 단연 러닝이다. 러닝 크루를 중심으로 참여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닝이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분명하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접근성이 러닝을 가장 강력한 생활 스포츠로 만들었다. 더욱이 서울은 한강공원과 도심 녹지를 갖추고 있어 러너들에게 매력적인 도시다.

그러나 러닝 인구가 급증하면서 보행자와의 충돌, 소음, 공간 점유를 둘러싼 갈등도 빠르게 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신체적 제약이 있거나, 육아·돌봄 등 개인적 여건으로 인해 러닝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러닝 열풍은 ‘참여’가 아닌 ‘관람’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달릴 수 있는 사람뿐 아니라, 걷고 머무르며 도시를 즐기고 싶은 시민 모두에게 공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문제를 먼저 겪은 해외 주요 도시들은 해결책을 내놨다. 프랑스 파리는 주말과 공휴일에 특정 도로를 차량 없이 시민에게 개방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매월 정해진 일요일 오전 도심 도로를 개방해 걷기와 러닝, 자전거 이용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단순히 운동 공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속도와 방식의 이용자가 한 공간을 공유하도록 도시가 역할을 재구성한다.

서울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주말 아침 여의도공원에서 마포대교 일대 일부 차로를 통제하고, 왕복 5㎞ 구간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쉬엄쉬엄 모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비록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자동차 중심의 도로를 시민에게 돌려준다. 친구, 가족, 유모차를 끄는 부모,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민까지 다양한 주체가 같은 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빠르게 이동하는 공간이었던 도로를 잠시 멈추고, 시민의 다양한 활동을 담는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쉬엄쉬엄 모닝’ 프로그램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도시의 속도를 조정하고 공간의 쓰임을 다시 설계하려는 실험에 가깝다. 특히 한강의 다리는 서울을 가장 아름답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지금은 자동차의 공간에 가깝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 옆 좁은 인도에서는 걷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다리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 통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이 머물고 경험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경쟁력이었던 도시 서울은 이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더 빠르게 달리는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속도를 늦추고 일상을 ‘쉬엄쉬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도시는 누군가에게는 달리는 공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걷고 머무르며 삶을 느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제 서울은 속도와 효율만을 추구하는 도시를 넘어 다양한 속도가 공존하는 도시로 재편돼야 한다. 출발점은 거창하지 않다. 주말 몇 시간, 자동차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시민에게 공간을 돌려주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한강의 다리와 도로가 더 이상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르고 경험하는 공간으로 바뀔 때 서울의 일상도 달라질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가느냐가 아니라, 그 공간을 얼마나 잘 즐길 수 있느냐이다. 서울이 ‘빨리빨리’의 도시를 넘어 ‘쉬엄쉬엄’의 도시로 확장될 때, 비로소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도시로 완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