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이 7.7%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 3.4%의 두 배를 넘는다. 졸업을 미루는 취업 준비생, 단기 취업자, 구직 단념자까지 포함하면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훨씬 높다. 청년 고용 위기는 구조적 단절의 성격이 짙다. 기업들은 신입 사원에게조차 즉시 투입 가능한 숙련도를 요구하고 있다. 채용의 문은 경력직 우선으로 좁아지고 있다. 그 결과 청년들은 경험이 없어 취업을 못 하고, 취업을 못 해 경험을 쌓지 못하는 ‘경력의 역설(Experience Paradox)’에 갇혔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존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고용노동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칸막이 속에서 각자의 사업을 집행한다.
문제는 설계의 방향에 있다. 경제학에 ‘특정성 원칙(Specificity Principle)’이라는 개념이 있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문제가 발생한 지점을 정확히 타겟팅해야 한다는 원리다. 청년 고용 문제의 핵심이 실무 경험의 부재라면, 청년을 실제로 고용하고 훈련시키는 기업에 직접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처방이다. 코로나 직후 영국·호주·싱가포르는 정부가 직접 기업에 고용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청년의 첫 경력 형성을 이끌었다.
재원 마련의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 있다. 정부가 2027년부터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국가장학금 2유형 예산이다. 국가장학금은 두 가지다. 가족의 소득 구간대로 나눠 정부가 학생에게 바로 지급하는 ‘공통 기본 지원금’ 형식의 1유형과 정부가 할당해 준 예산을 대학이 자체 기준을 정해 학생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주는 ‘대학별 자율 지원금’ 형태의 2유형으로 나뉜다.
올해 2900억원 규모인 2유형 예산은 종료 후 활용 방향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재원을 단순히 다른 항목으로 이전할 것이 아니라, 대학생 현장실습 인턴을 채용하려는 우량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고용 보조금으로 재구조화하자는 것이 필자의 제안이다. 오해는 없어야 한다. 장학금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교육 투자의 초점을 ‘학비 보조’에서 ‘취업 역량 축적’으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저소득층 등록금 지원은 국가장학금 1유형을 유지·강화하면 된다.
새 제도가 제 역할을 하려면 두 가지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첫째, 청년 인턴을 채용해 저임금 대체 노동을 시키는 악용을 막기 위해 임금 기준·인턴 비율 상한·정규직 대체 금지·직무교육 계획 제출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보조금 환수와 참여 제한을 명문화해야 한다. 둘째, 대학이 학점 인정·지도교수 점검·성과 평가를 통해 현장실습 인턴을 교육과정 안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각 부처에 분산된 청년 일자리 사업을 통합할 컨트롤타워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제는 청년의 첫 경력 형성 비용을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할 때다. 2027년 국가장학금 2유형 예산 2900억원이 제도적 공백으로 사라지느냐, 아니면 청년 고용 생태계를 바꾸는 전략적 마중물이 되느냐의 선택은 지금 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직무 경험을 주는 것은 곧 국가에 미래를 주는 일이다. 경력의 역설이라는 구조적 악순환을 끊어내고, 청년들에게 도전이 경력이 되고 경력이 미래가 된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출발은 오늘의 재정 설계와 제도적 결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