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토 중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통합 방안은 논쟁적이다. 항공 네트워크 관리를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있고,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공항공사를 흑자 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떠넘기면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있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반대와 찬성 순서로 연이틀 기고를 싣는다.
최근 정부가 공기업의 대대적인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통폐합을 추진하는 핵심 논거는 중복 기능의 해소, 운영의 효율화, 지역 간 균형 발전, 소비자 편익 제고에 있다. 문제는 대상을 정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통합하는 정부 방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흑자를 내는 인천공항의 수익으로 지방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의 적자를 메우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같은 국책 사업 재원으로도 활용하자고 해석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 방안은 통폐합에 대한 순기능의 프레임만으로 본다면 긍정적이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이유가 더 많다.
첫째, 통합으로 운영 효율화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정부는 이원화된 공항 관리 체계를 하나로 묶어 규모의 경제와 경쟁력 강화를 달성하자고 한다. 그러나 통합 이후 투자 우선순위와 운영 체계가 모호해지고 지방 공항의 적자는 인천공항의 허브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시너지보다는 동반 부실이 우려된다.
둘째, 지방 공항의 자생력 강화로 지역의 균형 발전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통폐합론은 현재 인천공항에 집중되고 있는 수요를 분산해 지방에도 중·단거리 국제선을 전략적으로 배치하자는 취지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게 빠졌다. 소비자의 선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통합을 통해 균형 발전과 공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 효과도 분명하지 않다. 당장 인천 지역에선 공항이 지역사회에 제공하던 각종 사회 공헌 사업이 지역 형평성에 밀려 중단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셋째, 가덕도 신공항 등 대형 국책 사업의 재원 확보 목적은 공항의 성장 동력과 맞바꾸는 일이다. 해외 글로벌 대형 공항들과 허브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천공항이 신공항 건설 등으로 떠안게 될 재정 부담은 미래의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한국공항공사는 UAM(도심 항공 교통) 등 미래 항공 모빌리티와 지역 거점 특화 공항 육성 등 새로운 사업 발굴을 통해 인천공항과 명확한 역할 분담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다.
넷째, 항공 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적절성을 고려해야 한다. 2001년 개항 후 지속해온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이 지방공항의 부실화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 항공교통의 인프라는 관리 조직의 통합만으로 시장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 수요가 늘어나거나 새로운 노선이 생겨나지도 않는다. 지방공항의 부실화는 육상 교통망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정치적 논리로 수요가 적은 공항들이 건설된 결과로 보는 게 맞다. 지방공항 문제는 관광·산업·지역경제와 연계된 수요 창출 정책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천공항은 해외에서 선진공항의 표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공항 운영의 역량을 국가 차원의 수출 전략으로 연결할 시점이다. 오늘날 공항 사업은 투자, 스마트공항 운영, 복합도시 개발까지 포괄하는 고부가가치 융복합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노려야 할 공항 사업이 국내 사정을 중시해서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일수록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큰 쪽을 택하는 게 올바른 정책이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이 효과를 내기 위해선 통합으로 기대되는 재정과 인력, 운영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은 속도보다 신중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