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신간을 샀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로(더는 집에 종이책을 쌓아둘 곳이 없다. 우리 집 책들은 왜 성장 속도를 감당할 수 없는 식물처럼 자가 증식하는 것일까?) 어쩔 수 없이 전자책을 구매했다. 살펴보니 전자책에는 종이책을 펼치자마자 있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있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웠다.
제목에 관해서는 할 말이 조금 있다. 원제는 ‘Departure(s)’인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후 반스의 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일종의 시리즈처럼 계속 문장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한국어 제목도 나쁘진 않지만, 이것이 반스가 직접 선언한 본인의 마지막 책임을 감안하면 원제를 존중하는 선택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자신의 마지막 책에 ‘출발(들)’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작가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그 출발은 누구의, 어디를 향한, 어디서의 떠남일까.
절필을 선언하는 작가들이 있다.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반스처럼 이게 내 마지막 책이라고 공표하는 작가도 있다. 작가로서 나는 자꾸만 그 마음을 상상하게 된다. 많은 작가에게 마지막 작품이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저절로 결정된다. 정확히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지만 살아 있을 때 스스로 지목한다면? 나에게 그것은 자신의 생물학적 죽음과 문학적 죽음을 분리하려는 시도처럼 읽힌다. 이를 일종의 ‘문학적 존엄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반스는 올해로 만 80세가 되었고, 완치 불가의 혈액암 투병 중이다.
아직 나는 반스의 이번 책을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다. 열차로 보이는 탈 것의 흐릿한 창문 너머로 한 남자가 앉아 있는 표지만 계속 들여다보는 중이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아주 오랫동안 읽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먼저 온 그의 부고를 아직은 열어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