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권 국가위기관리포럼 공동대표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의 전쟁이 장기전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양측은 군사 시설은 물론 민간 인프라까지 가리지 않고 타격하며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이웃 걸프국으로 전선을 확대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제위기 임계치를 높이고 있다.

이 상황은 우리나라 통합방위 체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의 핵미사일, 장사정포, 드론, GPS 교란, EMP(전자기펄스)탄, 사이버 공격 같은 위협과 도발에 24시간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후 첫 중앙통합방위회의를 개최해 통합방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역량과 태세 강화를 약속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통합방위란 적의 침투·도발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관·군·경·소방·관련업체 등 국가방위요소를 하나로 묶고 지휘체계를 통합해 국가를 방위하는 것을 말한다. 1968년 1·21사태를 계기로 대간첩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중앙통합방위협의회를 개최한 게 효시다. 이후 1994년 평시 작전권을 환수하고 1995년 대간첩대책본부를 ‘통합방위본부’로 개칭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9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현 통합방위 체제는 탈냉전 이후 달라진 북한의 도발 양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유사시 현장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 2000년 이후 통합방위 체제가 가동된 사태는 2010년 연평도 포격, 2019년 삼척항 목선 노크 귀순 사건 등 2건에 불과하다. 특히 현재 통합방위법은 북한의 쓰레기 풍선, 무인기 침투 같은 도발에는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통합방위 기구 불일치, 사태 선포권자(지자체장)의 군·경 지휘 통제권 부재 등도 현장 대응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통합방위 강화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첫째, 통합방위법 개정이 시급하다. 기존 통합방위 개념에 북한의 초한전, 사이버 공격, 재난 대응 등을 추가해 법적 구성 요건을 확장해야 한다. 중앙통합방위협의회 의장을 대통령으로 변경하고, 사태 선포 건의자와 선포권자를 일원화하며, 광역시장·도지사에게 군·경 지휘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주지사가 군·경 통제권을 갖는다.

둘째, 중앙과 지자체의 통합방위 기구를 일치시켜야 한다. 중앙은 통합방위본부와 통합방위실무위원회가 있으나 지자체엔 없고, 지자체에 있는 통합방위지원본부가 중앙에 없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셋째, 통합방위본부장을 문민화해야 한다. 현역 합참의장 지휘 아래 지자체장과 국방부가 복잡하게 얽히는 구조는 모순이다.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합참의장은 작전본부장 역할에 집중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넷째, 취약지 선정·관리와 주민 신고망을 재설계해 구축해야 한다. 도시화와 주민 이동, 통신 수단 발달 등 변화된 시대 환경을 고려해 취약지 선정·관리 기준을 바꾸고 신고망도 최신화해야 한다. 이 외에도 국가안보실에 비군사 안보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행정안전부, 국정원, 과기정통부, 산업부, 국토부 등이 긴밀한 협력·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통합 방위는 법·제도 미비, 국가지도자 무관심, 부처간 경로 의존적 업무 진행에 갇혀 제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기존 체제의 틀을 뛰어넘는 획기적 혁신, ‘퀀텀 점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