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의외로 많지 않다. 부피로만 따지면 그렇다. 80억 인류를 빽빽하게 세운다면 얼마나 큰 공간이 필요할까? 미국 가장 작은 주 로드아일랜드 면적이면 충분하다. 경기도도 너무 크다. 서울은 좀 부족하겠다. 서울에 부족한 건 사람은 아니니 괜찮다.
사실 한국인이 가장 궁금한 건 인류 숫자는 아니다. 우리는 인류 숫자 감축에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국가다. 인구 폭발로 망한다던 맬서스의 ‘인구론’이 통하던 시대였다면 한국은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것이다. 우주 인구 절반을 없애려던 타노스도 수퍼히어로와 싸울 이유가 없었다. 한국인을 우주 곳곳으로 보냈어야 한다. 전쟁 없이도 해결할 방법은 있다.
내가 가장 궁금한 숫자가 있다. 광화문 인파 숫자다.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세종대로 구간에 모일 수 있는 사람 숫자다. 집회가 열릴 때마다 달라진다. 일단 모이면 100만이다. 다들 100만이라고 한다. 나는 항상 의아하다. 작년 집회 절반도 모이지 않았는데 어쨌든 100만이다.
그나마 과학적인 방법이 있다. ‘페르미 추정법’이다. 기준 면적에 들어갈 사람 수와 집회 면적을 곱해 추산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방법을 쓴다. 그렇게 따지면 광화문 일대 최대 수용 인원은 26만명이다. 주최 측은 유동 인구도 추산한다. 경찰은 그렇지 않다. 모든 주최 측은 더하고 싶다. 모든 관리 측은 빼고 싶다. 영원한 줄다리기다.
BTS 광화문 공연이 끝났다. 최종 숫자는 언제나처럼 각각 다르다. 서울시 추산은 4만, 행안부 추산은 6만, 주최 측 추산은 10만이다. 마지막은 덤핑이나 음반 밀어내기 관습이 횡행하는 업계 추산이라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서울시가 믿음직한 것도 아니니 대충 7만 정도로 합의하자. 누가 알겠는가. AI가 완벽하게 셀 수 있는 날이 와도 광화문 숫자는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다. 그 숫자는 이미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피·땀·눈물로 불타오르는 마음의 영역이다. 마음은 갈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