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 대사 방탄소년단(BTS)이 역사의 광장 광화문에서 멋진 새 출발을 선보였다. 국민 모두가 감동하며 찬사를 보냈을 것으로 확신한다. BTS는 앞으로 세계 여러 도시를 돌며 공연한다고 한다. 이들의 세계 공연이 큰 성공을 거두고 한국의 문화유산도 더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
이번 BTS의 공연 주제는 민족의 혼이 서려 있는 전통 민요 아리랑이었다. 사실 아리랑은 음계 없이 구전으로만 전해져 오다가 130년 전인 1896년 미국인 교육자이자 선교사였던 호머 헐버트(Hulbert·1863~1949)가 대중화·세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당시 헐버트는 ‘조선의 성악(Korean Vocal Music)’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아리랑에 음계를 붙이고 노랫말도 채록했다. 만약 그가 130년 전에 아리랑에 음계를 붙이지 않았다면 아리랑의 대중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렸을 것이다.
헐버트는 아리랑에만 음계를 붙인 게 아니다. 그는 ‘조선의 성악’ 논문에서 조선의 전통 음악 전체를 학문적으로 평가하면서 ‘군밤타령’, 시조 ‘청산아’ 등에도 음계를 붙였다. 우리 음악사를 악보 없는 시대에서 악보가 있는 시대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는 “음악이 조선인들에게 뗄 수 없는 존재”라며 “종달새도 조선인들처럼 선율을 아름답게 지저귀진 못할 것”이라고 조선인의 음악성을 높이 평가했다.
헐버트가 이렇게 조선 음악 전체를 다루며 조선인의 음악성을 높이 평가한 건 큰 의미가 있다. 당시는 서양인들이 조선의 노래가 벌레 우는 소리 같다고 비하하기도 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헐버트는 “조선의 귀로 듣기 전까지는 제발 조선의 노래를 평가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조선의 노래가 박자가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셰익스피어의 시가 운율이 맞지 않는다고 혹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래가 반드시 박자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헐버트는 조선의 노래에는 서양의 박자 개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리랑을 조선 노래의 최고봉으로 평가하며 “아리랑은 영원한 한민족의 노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리랑의 후렴구 노랫말에 대해 헐버트는 “서정시요, 교훈시요, 서사시”라며 조선인들의 음악성에 찬사를 보냈다. “조선인들은 즉흥곡의 명수다. 부르는 이마다 노래가 다르다. 조선인들이 아리랑을 노래하면 바이런이나 워즈워스 같은 시인이 된다.”
헐버트의 아리랑 채보 원조설은 북한에서도 인정한 바 있다. 2018년 중국 선양에서 남북한과 중국 동포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사회과학원 소속 민속실장은 “조선 봉건왕조 말엽 우리나라에 왔던 헐버트라는 미국인이 채보한 것을 실은 ‘The Korean Repository’ 악보가 우리나라 최초의 아리랑 채보”라고 했다.
올해는 대한민국으로부터 ‘건국훈장’과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독립유공자 헐버트가 이 땅에 근대 교육을 태동시키기 위해 내한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다. 아리랑 채보 130주년이기도 하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그를 기억하는 여러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음악인들이 헐버트가 아리랑을 최초로 채보·채록하고 이 땅에 서양 악보 시대를 열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