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페르시아만’으로 불리며 1970년대 이후 대한민국을 설레게 했던 ‘7광구’의 시계가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7광구는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약 200㎞ 떨어진 바다 밑에 있는 남한 면적 80%(약 8만2000㎢) 크기의 대륙붕을 말한다. 이곳을 우리 정부는 1974년 일본과 공동 개발하기로 협정을 맺었는데, 2028년 6월에 이 협정의 효력이 끝난다. 협정 만료 3년 전부터 어느 한쪽이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이미 작년 6월 이후 일본은 언제든 협정 종료를 공식화할 수 있는 법적 명분을 쥐게 됐다. 일본은 협정을 종료하면 해저 영토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노려 공동 개발을 중단한다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우리 입장에서는 공동 개발을 유지하는 쪽이 이익이기 때문에 외교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당초 협정이 체결될 당시의 국제법적 환경은 우리에게 유리했다. 당시는 육지 영토가 바다로 자연스럽게 연장된다는 대륙붕 연장설이 대세였다. 그래서 제주도 남단에서 뻗어 나온 7광구는 우리 영토의 자연스러운 연장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국제 해양 경계 획정 판례는 영토 사이의 중간선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일본이 1980년대 중반 이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동 탐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전략적 방치에 들어간 배경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법적 환경이 자신들에게 유리해진다는 계산하에 협정 종료의 순간만을 기다려온 셈이다.
만약 협정이 종료되고 일본이 중간선 원칙을 내세워 단독 영유권을 주장한다면, 7광구의 90% 이상이 일본의 수중에 들어갈 위험이 크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자원 확보의 실패를 넘어 해양 영토 주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시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외교적 흐름과 국제 정세를 냉철하게 분석해 7광구 문제를 제로섬 게임이 아닌 에너지 안보 협력의 장으로 재규정해야 한다.
먼저 정부는 실질적 개발 의지를 보이며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 일본의 방치에 맞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자원 탐사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 이 구역이 여전히 양국의 권리가 중첩되는 미확정 해역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동시에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동북아의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는 한·일 양국 모두에 사활적 과제임을 강조해야 한다. 7광구를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수소 에너지나 탄소 포집·저장(CCS) 등 미래 에너지 협력의 시험대로 제안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국제법적 대응도 치밀해야 한다. 일본의 협정 종료 통보가 예상되는 시점 이전에 7광구를 둘러싼 우리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해야 한다. 만약 일본이 협정 종료를 강행하려 한다면 그에 따른 외교적 비용과 동북아 안보 리스크를 분명히 인지시켜야 한다. 영토 문제는 한번 밀리면 회복하기 어려운 비가역적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7광구는 단순한 기름 한 방울의 문제가 아니다. 반세기 전 선배 세대가 확보한 해양 주권을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줄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시험대다. 조용한 외교가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영토와 자원이 걸린 문제에서 침묵은 곧 방조이며, 방조는 곧 포기다. 우리 외교 당국은 모든 자산과 법적 논리를 총동원해 7광구의 시계를 다시 돌려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