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 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유튜버 영국남자 조쉬(왼쪽)가 영국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한식 먹방을 유튜브에 소개하고 있다. 조쉬는 최근 숏폼 콘텐츠에서도 영국의 셀럽이나 운동선수, 청소년들을 만나 한식, 한국 패스트푸드 먹방을 계속 올리고 있다./유튜브 영국남자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길게 늘어선 줄 끝에는 화려한 파인다이닝이 아니라 한국식 핫도그와 김밥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식은 한인타운에서 찾아 먹는 음식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뉴욕의 젊은 세대가 찾는 ‘힙한 음식’이 됐다. 변화의 출발점은 스마트폰 화면이다. 사람들은 먹기 전에 먼저 영상으로 음식을 경험한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의 붉은 색감, 바삭하게 튀겨지는 음식의 질감, 젓가락으로 들어 올린 라면의 탄력 같은 장면들이 강렬한 시각적 경험으로 전달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28개국 2만6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영상으로 한식을 접한다고 응답했다. 그래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사람들은 왜 한식 영상을 그렇게 열심히 볼까. 그리고 그 영상은 실제 음식을 먹는 행동으로 이어질까. 이러한 흐름이 실제로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 쇼츠에 등장하는 한식 콘텐츠와 미국 소비자들의 한식 경험을 중심으로 K푸드 트렌드를 살펴봤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숏폼 콘텐츠가 젊은 세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10대부터 40대까지는 거의 대부분이 음식 관련 숏폼 영상을 본 경험이 있었다. 50대에서도 많은 사람이 이를 시청하고 있었다. 짧은 영상 형식이 세대 간 소비 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는 것이다. 숏폼 영상의 영향력은 채널 규모와 비례하지는 않았다. 구독자 145만명의 채널보다 구독자 5600명 규모의 작은 채널 영상이 더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숏폼 플랫폼에서는 영상의 편집 리듬과 전달 방식이 확산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더 이상 거대 미디어나 유명 셰프의 전유물이 아니라 수많은 개인 크리에이터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식 숏폼 콘텐츠는 크게 다섯 유형으로 나타났다. 요리 과정을 보여주는 레시피 영상, 다양한 메뉴를 소개하는 음식 소개 영상, 한국 식당이나 여행을 담은 맛집 탐방 영상, 라면이나 간편식을 다루는 리뷰 영상, 먹는 장면 자체를 강조하는 먹방이다. 흥미로운 점은 영상의 유형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레시피 영상은 한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행동으로 이어졌고, 라면이나 간편식을 소개하는 리뷰 영상은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행동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같은 한식 콘텐츠라도 어떤 방식으로 경험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참여 방식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식당이나 여행으로 음식을 직접 경험한 뒤 관심이 확산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영상 속 경험이 먼저 만들어지고 나서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K푸드 전략에 새로운 전환을 요구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음식을 알리는 일이 아니다. 영상 속 경험이 실제 식탁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설계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레시피 영상, 간편식 리뷰, 여행 콘텐츠, 먹방처럼 서로 다른 콘텐츠 경험이 단계적으로 연결될 때 한식은 더 넓은 소비로 확장된다. 앞으로 K푸드 확산 전략은 이러한 경험의 흐름을 설계하는 ‘경험 포트폴리오 전략’ 속에서 새롭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 결국 K푸드의 확산은 더 이상 식탁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맛이라는 감각이 이미지로 번역되는 ‘미각의 시각화’가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있다.